바닥 더듬는 경기… 회복은 하반기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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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대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실업자수는 다시 1백만명을 넘어섰다. 올 1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아지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관건은 경기가 언제부터 회복되느냐다.

◇ 지난해 3분기 정점, 올 하반기 회복 전망〓한국은행은 경기가 지난해 3분기에 정점을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언제 바닥을 치느냐다. 지난해 4분기에 내구소비재 소비가 6.2% 감소하고 이전까지 30%대이던 설비투자 증가율도 7.1%로 떨어졌다.

한은은 ▶국제유가 급등 등 교역조건이 나빠지고▶2분기부터 국내 증시 침체와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심리로 소비가 위축됐으며▶미국 경제가 급속히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그러나 국제 유가가 올 초부터 안정되는 등 교역조건이 나아지고 있어 미국과 일본의 경기 등 해외 요인이 더 나빠지지 않는 한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정호 통계국장은 "아직 경기의 바닥을 말하긴 이르지만 국제 유가가 25달러 안팎에서 안정되고 반도체 가격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작아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지표 높아도 체감경기는 별로〓지난해 국내총생산 기준 연간 성장률은 8.8%였다.

그러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국민총소득(GNI)은 2.3% 증가에 머물러 그 차이가 6.5%포인트나 됐다.

이는 우리가 열심히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였지만 원유와 관련 수입 원자재값이 급등한 가운데 정보통신기기.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은 가격이 떨어져 생산이 늘어난 데 비해 실질 구매력이 덜 늘었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이 나빠짐에 따른 구매력 손실을 나타내는 지난해 실질무역손실액이 64조5천8백억원으로 1999년(32조원)의 두배나 됐다.

한편 성장 기여율은 내수가 지난해 36.6%로 99년(65.3%)보다 크게 낮아진데 비해 수출은 99년 36.5%에서 지난해 63.4%로 크게 높아졌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그만큼 심화했다는 뜻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정보통신업의 성장 기여율은 99년 32.8%에서 지난해 50.5%로 높아졌다.

한은 조성규 선임조사역은 "국내 경제성장에서 수출과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면서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경제가 환율.유가.해외 경기 등 나라 밖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 실업자 줄어들까〓재정경제부는 2월 중 실업자가 다시 1백만명을 넘었지만 계절적인 요인이 큰 만큼 3월부터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 10년 동안 2월에는 1월보다 실업자가 평균 12.3% 늘었고, 3월이 되면 다시 4.2% 정도 감소한 점을 들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97년과 98년 3월 외환위기 이후 특수 상황 때문에 실업자가 크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과거 3월 실업자 감소폭은 4%를 웃돈다" 며 "3월 실업자는 다시 1백만명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연구위원은 "3월 이후에도 실업자가 빠른 속도로 줄지는 않을 것 같다" 면서 "연간으론 4% 안팎의 실업률을 유지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송상훈.정철근 기자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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