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직 개도국 … 겉옷만 화려하지 속옷은 허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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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군대를 움직이기 전에 여론을 먼저 움직인다(兵馬未動 與論先行)’는 말이 있다. 일을 이루려면 무력을 쓰기에 앞서 상대의 마음부터 사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공외교(公共外交)는 바로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외교다. 중국은 ‘중국이 커지면 위험하다’는 ‘중국위협론’을 불식하기 위해 공공외교에 정성을 쏟고 있다. 자오치정(趙啓正·72·사진)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외사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중국 공공외교의 전도사로 불린다. 주로 ‘세계에 중국을 알리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한국 국제교류재단 의 초청으로 자신의 저서 『중국은 세계와 어떻게 소통하는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자오 주임을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올해가 한·중 수교 20주년인데 양 국민 마음은 과거보다 멀어진 것 같다.

 “사실 중국 내에선 한국에 대한 반감(反感)을 느끼기 어렵다. 온라인상에서 일부 청년이 내뱉는 거친 발언이 중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그들은 중국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낸다.”

 -지난 3월 리샤오린(李小林)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은 “일부 중국의 옛 친구들이 더 이상 중국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발언의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다. 그러나 내 생각에 중국이 교만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겸손하지 않으면 남의 박수를 받을 수 없다.”

 -5월에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필리핀 같은 소국이 대국을 괴롭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위정자들이 아직도 조공(朝貢)체계로 세계를 보는 건 아닌지.

 “나는 ‘대국’ 또는 ‘소국’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국이 뭔가.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고, 국민소득이 높다는 뜻인가? 이런 구분에는 ‘깔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나는 키가 크고 너는 키가 작다’는 말에는 상대를 깔보는 시각이 들어 있다. 이런 말은 안 쓰는 게 좋다. 중국은 ‘대국주의’를 방지해야 한다. 나라에 약간 돈이 생겼다고 대국주의를 말하기 시작하면 바로 고립될 것이다.

 -중국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유엔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나 중국 스스로는 늘 개발도상국이라 말한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다면체(多面體)와 같다. 어떤 경우 정면에서 보면 매우 크다. 그러나 각도를 바꿔 옆에서 보면 대단히 작기도 하다. 중국은 몇 가지 화려한 겉옷을 걸치고 있다.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같이 발전된 도시가 그런 옷이다. 또 짧은 기간 예쁜 옷을 입은 적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때다. 그러나 당신이 중국의 속옷을 제대로 보았는지 모르겠다. 허름하기 짝이 없다. 중국 서부는 아직도 매우 낙후돼 있다. 베이징 뒷골목도 그렇고. 중국 국내총생산(GDP) 총량이 세계 2위라 하지만 1인당 GDP는 세계 100위 언저리다. 중국은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다.”

 -중국 공공외교가 추구하는 건 무언가. 중국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공공외교의 매력은.

 “중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중국 공공외교의 목표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에 ‘화(和)’라는 개념을 선사하고 싶다. 여기엔 조화 외에 평화, 협력의 뜻도 들어 있다. 영어로는 ‘하모니(harmony)’에 가장 가깝다.”

글=유상철 중국전문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건의안 제출, 현장 시찰 등을 통해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는 중국 최고의 국정 자문기구다. 대만과의 통일에 대비한 통일전선 조직이기도 하다. 공산당 이외에 민주당 등 각 당파가 참여하며 위원 임기는 5년. 현재는 제11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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