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확보·투자조정' 기업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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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시불안 등 해외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의 금융위기 조짐에다 세계 증시 급락, 국제원유가 반등 움직임, 광우병.구제역 파동 등이 겹쳐 투자.소비심리가 다시 위축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용주 수석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만일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신경쓰고 있다" 며 "수출 비중이 높거나 외화자산이 많은 기업들은 환율 추이를 봐가며 투자규모를 신축성 있게 조정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외자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은 최근 계열사 자금부장 회의를 열어 회사채 발행시기를 앞당기고 외화지출을 가급적 늦춰 상반기에 필요한 자금을 1분기에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자금사정이 넉넉한 삼성전자도 경기상황에 대응해 투자계획을 신축성 있게 끌고 가는 '시나리오 경영체제' 를 도입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규모를 부문별로 조정하겠다" 고 말했다.

올해 6조6천억원을 투자할 반도체부문은 경기변화에 취약한 시설확장보다 비메모리 중심의 제품.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에너지.화학.정보통신 등 내수업종이 많은 SK는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통해 현금을 더 많이 확보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들도 투자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CKD창업투자의 강의중 이사는 "투자 배수(출자할 때 주식값을 액면가보다 많이 쳐 주는 정도)를 낮춰서라도 자금을 구하려는 신생 벤처들이 크게 늘었다" 고 말했다.

항공기.선박도입에 따른 외화표시 자산과 부채가 많은 항공.해운업계는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대한항공은 재무본부 안에 5명 안팎으로 리스크 관리팀을 만들어 본격 가동했다.

현대상선은 원화가 하반기엔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외화자산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종합상사와 대형 전자업체 등은 두 주력시장인 일본.미국의 경제가 심상치 않자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유럽.중남미 등 지역별 마케팅을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마련에 나섰다.

홍승일.김태진 기자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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