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으로 똑똑한 쥐 탄생"

중앙일보

입력

미국,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 4개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조작기술을 통해 보통 쥐들보다 비상하게 오래 기억력을 유지하는 똑똑한쥐를 탄생시켰다고 영국 BBC 방송이 12일 보도했다.

이 연구를 발전시킬 경우 뇌손상이나 치매를 가진 환자들의 기억력 쇠퇴를 복구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으로 시달리는 환자들의 고통스런 경험을 잊도록 유도하는 신약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4개국 공동 연구진은 뇌 속의 신호 단백질인 `칼시네우린''(calcineurin)의 작용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가진 쥐를 만들었다.

이 유전자 변형 쥐들은 미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보통 쥐들보다 3일이나 더오래 주위 환경과 물체를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을 보였다. 또 미로를 통과하기 위한 학습훈련양에서도 이 쥐들은 보통 쥐에 비해 절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칼시네우린의 활동이 억제될 경우 뇌 속의 전기신호가 천천히 소멸, 정보가 더오래 남아 있게 된다고 연구진은 그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칼시네우린은 장기 기억력을 억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뇌 속의 전기신호가 소멸되는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과학자들은 칼시네우린이 사람의 뇌 속에도 존재, 쥐에서와 똑같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스위스 취리히 연방기술연구원(SFIT)의 이사벨 맨쉬는 "이 연구는 뇌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관장하는 화학적 과정을 밝히는 중요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노벨상수상자인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에릭 캔들 교수는 "이 연구를통해 신약을 개발한다 해도 이것은 기억력 쇠퇴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건강한 사람들의 두뇌능력 향상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건강한 뇌의 작용을 건드리면 오히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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