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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강혁 '나는 뛰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비운의 선수' 강혁(27)이 또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해 12월13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던 강혁은 양 구단간에 3개월이 지나도록 양도 양수 금액을 타결하지 못함에 따라 다시 `무적(無籍) 선수'로 전락했다.

강혁은 13일 SK가 대구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올시즌 첫 시범경기를 벌였지만 트레이드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탓에 경기에 나서지도 못한 채 물끄러미 벤치 신세만 졌다.

고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아마야구 최고타자로 불렸던 강혁은 지난 93년 두산과 한양대 사이에 이중계약 파문을 일으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최초의 영구제명이란 철퇴를 맞았던 선수다.

강혁은 한양대를 졸업한 뒤 실업팀을 전전하다가 남들보다 2년 늦은 99년 선수자격이 복권되면서 두산에 입단했지만 첫 해 일본전지훈련에서 예기치 못한 어깨 부상을 입어 데뷔 시즌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지난 해는 타율 0.266, 6홈런, 34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야구에 적응력을 키웠으나 시즌 뒤 두산이 예상을 뒤엎고 강혁을 신생팀인 SK의 지원선수로 방출, 2년만에팀을 옮기게 됐다.

그러나 두산과 SK는 선수 이적에 합의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트레이드 머니에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강혁을 내보낸 두산은 선수 몸값으로 8억원을 요구중인 반면 SK는 5억원밖에 줄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강혁은 시범경기가 시작됐지만 KBO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초 이사회에서 8개 구단이 SK 선수 지원방안에 합의할 당시 트레이드머니에 이견을 보일 경우 KBO가 직권으로 조정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KBO는 양 구단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못해 강혁의 `무적선수' 신세는 길어질 전망이다.

경기에는 나가지 못하면서도 SK의 대구 원정에 동행하고 있는 강혁은 "모처럼충실한 겨울훈련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는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고말했다.

강혁은 "내 몸값이 얼마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양 팀이 빨리 합의해 남들과 똑같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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