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둔화로 아시아 호랑이들 다시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경기둔화로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지난 97년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경제성장의 4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의 주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둔화로 태국의 수출은 지난 1월 3.9% 감소했고 지난해 중반 매달 20-30%의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의 수출은 1% 증가에 그치는 등 급격히 위축됐다고 전했다.

지난 99년과 2000년초 미국의 기술 하드웨어에 대한 급격한 수요증가는 한국, 대만, 싱가프로의 수출을 20-30% 확대시켰으나 지난해의 수요둔화로 이들 국가의 지난해 4.4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12% 감소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특히 비전자부문의 수출은 전자부문보다 더 빨리 감소, 홍콩 수출업자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주문이 20% 줄어들었다고 말했으며 대만의 비전자부문 수출은 지난해 12월 6% 증가했다가 지난 1월에는 19%가 줄어드는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아시아 국가들은 그러나 금융부문에 남아있는 취약성 때문에 내수부양에 집중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신문은 말하고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부채처리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는 국공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의 12%에 달하는 60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성장 둔화로 이들 국가의 부실채권이 증가할 것이라며 골드만 삭스는 한국, 대만, 태국의 무수익여신비율이 공식수치의 최고 2배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들 국가가 미국 정보기술분야 지출의 반등같은 외적인 요인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아시아 경제의 회복전망은 내년에도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측하고 아시아의 네 호랑이 경제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성장률은 4.2%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말하고 이는 지난해 성장률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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