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나쁜 채권자가 돈 받지 않을 땐 변제공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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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린 사람은 갚기로 약속한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그런데 간혹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돈을 받지 않거나, 누구에게 돈을 갚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돈을 갚으려는 사람의 잘못이 없음에도 변제기일이 지나면 채무는 여전히 남아있고 이로 인한 이자도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고금리 사채의 경우는 불어나는 이자가 순식간에 원금을 초과할 수 있으므로 변제기일을 지나치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하다. 이런 경우 채무자는 변제공탁이라는 제도를 통해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변제공탁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즉 채무자가 원래 약속한 채무 내용대로 변제를 하려고 함에도 채권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받지 않으려 하거나, 받을 수 없는 경우 또는 채무자의 과실 없이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탁을 할 수 있다.

 이처럼 공탁할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채무자는 원래 약속한 채무 내용대로 이행을 해야 공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에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 돈을 빌렸으나, 채무자가 보기에 적정한 이자는 연 10%라고 생각하면서 원금 1000만원과 이자 10%를 갚으려 했지만 채권자가 돈이 부족하다고 거절하는 경우에는 당초 약속한 채무 내용대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탁을 할 수 없게 된다.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는 대표적 예는 사채업자가 상환기일에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돈을 갚기로 한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경우, 갑자기 이자를 더 줘야만 변제를 받고 근저당권을 말소시켜 주겠다는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경우의 흔한 사례는 채권에 대한 제3자의 압류 또는 가압류 명령 때문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갚을 수 없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예는 채권자가 사망했는데 상속인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이다.

 공탁사유가 있을 경우, 채무자는 공탁서 2통과 피공탁자(채권자)에게 보낼 공탁통지서 1통을 작성해 법원의 공탁공무원에게 제출하면 된다. 공탁서류를 제출할 법원은 원칙적으로 채권자가 주소를 두고 있는 관할 법원이다. 다만, 당사자간에 변제장소를 제3의 지역으로 정해놓았다면 그 장소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가야 한다.

공탁서를 접수한 공무원이 필요한 사항을 조사한 후 공탁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공탁자(채무자)는 지정된 납입 기일까지 공탁을 하면 된다. 이렇게 공탁이 완료되면 채무자는 채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채무가 소멸된다.

 위와 같이 공탁이 이뤄지면 피공탁자(채권자)는 법원으로부터 공탁통지서를 받게 된다. 채권자가 공탁된 것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를 공탁물의 출급이라고 한다. 채권자는 공탁물출급청구서 2통과 공탁통지서, 인감증명서를 가지고 법원의 공탁공무원에게 제출해야 한다.

임종석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담당 공무원은 공탁물 출급청구서를 검토해 출급사유에 해당되면 위 청구서에 출급을 인가하는 내용을 기재한 후, 1통은 출급을 청구하는 채권자에게, 나머지 1통은 공탁물 보관자에 보낸다. 공탁물 보관자는 공탁공무원이 보내온 청구서와 출급청구인(채권자)이 제시하는 공탁물출급청구서를 확인한 후, 공탁물과 그 이자를 내어 준다.

임종석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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