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윈텔 시대는 결코 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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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MS를, 특히 MS의 법적인 문제와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이런 저런 소프트웨어 발표를 주시하기 좋아하지만, 지난 20년간 컴퓨팅 분야의 진정한 파워는 MS가 아니었다. 그 파워는 MS와 인텔, 좀더 정확하게는 MS 윈도우와 인텔간의 시너지 효과에서 나왔다. 때때로 우리는 윈도우와 인텔을 줄여 윈텔이라고 부른다.

인텔은 MS 파트너들 중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 편이었고 그런 관계는 험난한 시대를 견뎌냈다. 하지마 20년이 넘도록 퍼스널 컴퓨팅 분야를 지배해온 기업은 인텔과 MS였다. 그러나 그런 시대도 이제 끝나간다. 이 두 기업이 참견할 수도 뒤흔들 수도 없는 수십 수백 가지의 신종 장비들 덕분에 말이다.

필자는 지난 1일의 컬럼에서 논의된 쓰리콤의 ''가정용 디지털 보조장비(household digital assistant)''인 오드리의 개발자 가운데 한 명과 나눈 대화 때문에 이런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오드리는 너무 미숙한 장비긴 하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이 장비를 좋아한다).

오드리는 퍼스널 컴퓨팅의 제 3의 물결을 보여주는 하나의 본보기다. 오드리는 특수화된 장비들이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수행하던 일부 작업이나 데스크톱에서는 전혀 수행할 수 없었던 작업들을 처리한다.

이 글은 윈텔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필자는 "횃불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할 따름이다. 다음 세대는 윈텔에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것이며, 제 2의 윈텔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뭔가 극적인 사건이 발생해 산업을 재편하지 않는 한 다음단계의 컴퓨팅 국면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MS와 인텔이 있다 하더라도 그 두 기업에 의해 지배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자. 첫 번째 국면의 컴퓨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우위를 차지한 회사, 즉 IBM에 의해 지배됐다. 메인프레임과 펀치 카드에 의해 지배되던 시대에는 IBM이 본질적으로 컴퓨팅의 모든 것이었다.

다음으로 막을 내릴 것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통제했던 MS와 인텔에 의해 지배됐던 시대, 바로 ''PC 시대''다.

이제 곧 시작될 세 번째 시대는 휴대폰, 자동차, 가전제품, 어플라이언스, 게임기, PDA, 온갖 종류의 신종장비들 내부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컴퓨터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IBM, MS, 인텔이 그들의 전성기 시절에 누렸던 지배력을 앞으로는 한 두 기업이 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이런 차세대 장비들 가운데 수많은 조합의 프로세서와 운영체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윈텔이 등장할 당시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아키텍처 세계의 혼돈이다. 사실 윈텔이라는 조합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고객들이 내려야 했던 선택의 폭을 좁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차세대 장비들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데스크톱 컴퓨팅이 보편성을 얻기 위해 필요로 했던 표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장비로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띄우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다른 장비와 상호 작동하도록 만들거나 외부세계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다.

이런 사실이 필자에게 또 다른 논점과 향후 컬럼의 주제를 가져다준다. 다음 세대는 ''정보 어플라이언스 시대''로 불리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직 하드웨어 측면에만 적용된다. 그와 더불어 네트워킹과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인터랙티브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인터넷 시대라 일컫기도 하겠지만, 실제 인터넷은 휴대폰 내부의 프로세서와 운영체제처럼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필자는 아직도 이런 새 시대의 구조적인 특징을 이론으로 정립하고 있다. 인터넷이 유명해지면서 우리는 몇 년 동안 이 시대로 전환해가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윤곽은 아직도 완전히 정의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 특징만은 이미 명확해지고 있다. 즉 앞으로 제 2의 윈텔은 결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독자들은 윈텔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의견에 동의하는가? 정보 어플라이언스가 제 3의 컴퓨팅 시대를 규정할 것인가? 장비들의 다양성과 그에 따라 제각각 나눠진 시장이 또 다른 과점(寡占)이 출현하는 것을 막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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