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그리그 '페르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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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그 여름날이 되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음악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한 '솔베이지의 노래' 다. '북구의 쇼팽' 에드바르드 그리그(1843~1907)가 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의 부탁으로 작곡한 연극 부수음악 '페르귄트' 중 솔베이지가 약혼자 페르귄트를 기다리는 대목에 흐른다.

이기적인 기회주의자인 페르귄트가 시공을 초월하는 모험 끝에 약혼녀 솔베이지의 무릎에서 숨을 거둔다는, 자아발견의 여행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는 릭 웨이크만의 록앨범 '지구의 중심으로의 여행' , 만화영화 '형사 가제트' , 영화 '태양의 계절' 등에 흐른다. 또 상쾌한 아침 일출 장면을 묘사한 '아침 기분' 은 CF 배경음악으로, '오제의 죽음' 은 장송행진곡으로 널리 연주된다.

간결하게 표현한 극적인 분위기에 다채로운 악기 음색을 배합해 관현악 입문으로 안성맞춤이다.

1876년 1시간 30분이 넘는 26곡으로 초연됐으나 콘서트 무대에선 작곡자가 약 30분짜리 관현악 버전으로 간추린 2개의 모음곡(8곡)이 널리 연주돼왔다.

최근에는 독창과 합창, 내레이션이 첨가된 전곡이나 발췌곡이 인기다. 심금을 울리는 소프라노 독창 '솔베이지의 자장가' 나 주인공이 베두인 추장의 딸 아니트라의 침실 바깥에서 부르는 이국적인 세레나데도 모음곡에서는 들을 수 없다.

허버트 블롬슈테트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합창단이 19곡(1시간 13분)을 발췌해 연주한 음반(데카)은 관현악에 독창과 합창.내레이션을 보태 극적인 분위기와 깊이를 충실히 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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