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인사이트] 재배농가 7년 새 1만 가구↑… 그대로 두면 ‘인삼 파동’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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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유통팀장

요즘 달걀을 생산하는 양계 사업자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계란 값이 뚝 떨어져서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특란 10개의 농장 평균 출고가는 현재 1280원이다. 지난해 8월 1628원이었던 데 비해 20% 이상 내렸다.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지만 양계업자들은 ‘사료값도 못 뽑는다’며 이마에 주름을 짓고 있다.

 계란 값이 떨어진 연원은 지난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I 때문에 알을 낳는 닭(산란계)의 약 9%에 해당하는 500만 마리가 폐사하거나 살처분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계란 값이 뛰었다. 그러자 너도 나도 산란계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 산란계 수는 6800만 마리로 적정 규모인 5800마리를 1000만 마리 웃돈다. 계란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값이 오른다고 다같이 양계 사업을 확장한 후환이다.

 이처럼 값이 오르면 너나없이 재배·사육을 했다가 가격이 폭락한 뒤 후회하고, 값이 떨어지면 일제히 손을 떼는 바람에 수요가 모자라 가격이 급등하는 ‘널뛰기 현상’이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배추·양파 같은 채소류 역시 그렇다. 심지어 횟감인 우럭까지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2009년 말 우럭 값이 오르자 양식 어가들이 우럭 새끼 고기를 많이 사들였다. 그 새끼들이 커서 횟감으로 나오는 지금, 한때 ‘귀하신 몸’이었던 우럭은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의 수조를 가득 메운 채 싸게는 400g 한 마리에 3300원에 팔려가길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농·수·축산물 가격이 널뛰기를 하면 가격 급등기에는 소비자가, 폭락기에는 농·축산·어가가 고통을 받는다.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안다. 그래서 가격이 급등락할 때면 생산자 대표와 유통업체·상인들을 불러 머리를 맞댄다. 하지만 별무신통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담당자는 어려움을 이렇게 호소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농가를 찾아다니며 ‘이렇게 재배에 뛰어들면 또 폭락이 온다. 다른 걸 키우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추의 경우 농가가 60만에 이른다. 그걸 어떻게 일일이 찾아다니겠나. 또 설득한다고 먹히지도 않는다.”

 농·수·축산물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절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삼은 더 그렇다. 한국인삼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인삼재배 농가 수는 2004년 1만3797가구에서 지난해 2만3578가구로 1만 가구 가까이 늘었다. 홍삼 제품 소비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2009년부터 제자리걸음을 하던 재배 농가 수가 요즘 들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전에는 인삼을 볼 수 없었던 강원도 산간에서까지 인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인삼 값이 7~8% 오른 데 자극을 받아서다.

 문제는 국내 홍삼 소비가 거의 성숙기에 다다라 전처럼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새로 인삼 농사에 뛰어드는 이들이 수확을 하는 4~6년 뒤에 가격 파동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인삼 농사는 한 번 타격을 입으면 회복이 거의 힘들다. 4~6년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어서, 한 해 값이 폭락해도 다음해 벌충하면 되는 여느 작물과는 상황이 다르다. 인삼만큼은 값이 널뛰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금부터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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