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꿀벌과 게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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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학습' 과 '지식경영' . 21세기형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최근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런데 『코아 컴피턴스 경영혁명』(신구미디어, 원제 'Competing for the Future' )의 저자로 해외 언론들이 이 시대 최고 경영전략가의 한명으로 꼽는 게리 해멀이 이런 패러다임에 깊숙이 태클하고 있는 것이 신간 『꿀벌과 게릴라』(원제 'Leading the Revolution' )다.

이 책에서 그는 20세기가 진보(저자는 이 단어를 '점진적 개선' 의 의미로 사용한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비선형(非線型)적 혁명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 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것은 더 이상 지식이 아니라 불연속적 혁신으로 필요한 기회들을 쥐는 통찰력이다" 라고 선언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통상적인 경영서를 넘어선 '비즈니스 철학서' 로 볼 수 있다.

저자의 그런 입장은 "실리콘 밸리의 숨겨진 진짜 이야기는 전자 상거래의 영문 첫글자 'e' 가 아니라 혁신과 상상력을 뜻하는 영문 첫글자 ' i ' 이다" 는 선언에서도 감지된다.

즉 노키아.엔론 같은 기존의 대기업들도 혁신을 통해 21세기형 기업이 될 수 있었으며, e-열풍에 고무됐던 기업들도 지속적인 재창조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또 혁신을 위한 행동원칙으로 '미래를 잊으라' 는 역설적인 말을 던진다. 미래란 예측 대상이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회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신선함은 무엇보다 조직과 기업의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혁명을 설득한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혁명의 시대에는 부지런하기만한 군인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동기가 부여된 게릴라가 필요하다" 면서, 제조업체의 사원이든 닷컴기업 사장이든, MBA수료자건 대학중퇴자건 상관없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끊임없이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는 행동주의자가 되라고 부추긴다.

그같은 성공의 예로 그는 1990년대 중반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던 소니사가 플레이스테이션 사업으로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라는 분야를 개척, 디지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만든 쿠타라기 겐을 꼽는다. 연구소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기업 내부의 의구심을 극복하고 결국 소니사를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자신도 게임기 사업 총책임자가 되는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아직은 권위주의적인 한국의 기업풍토 속에서 저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어쨌거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풍부한 사례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보이는 이 책 앞에서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힘든 얘기다" 는 말조차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게리 해멀 지음, 김동헌 옮김, 세종서적,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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