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치훈씨 '못 이룬 꿈 후배들 위해'

중앙일보

입력

"형님, 내년에는 국수 먹을 수 있겠네요. "

지난해 애리조나 가을리그(유망주들의 교육리그)를 끝내고 최희섭(시카고 컵스)은 에이전트 이치훈(31)씨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이씨에 따르면 그 말이 의미심장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국수를 먹는다(이씨가 결혼을 한다)'는 말은 곧 최선수의 메이저리그 입성을 의미하는 약속이었다.

지난 2일(한국시간) 최희섭의 시범경기 홈런과 5일 권윤민의 첫 안타.

한국 출신으로는 투수들만 존재했던 메이저리그에 타자 바람을 몰고온 '이치훈 사단'이 뜨고 있다. "투수는 몰라도 타자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가능하다" 던 통념이 깨지고 있다. 최희섭과 권윤민의 출현은 야구 집안에서 태어나 한때 메이저리거를 꿈꿨던 '한국판 제리 맥과이어' 이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씨는 대구 남도초등학교 시절 집안 분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방망이와 글러브를 잡았다. 부친 이재성(65)씨는 경남상고-동아대-한국전력을 거치며 국가대표 투수로 활약했다. 삼촌 이재창(60)씨는 포수로 활약했던 야구 집안 출신이다.

이씨는 대구중 2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로 뛰었으나 1983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야구를 중단했다. 중학교 동기 동창인 김현욱(삼성)과 김상엽(LG) 등은 아직도 국내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홀 오브 드림스' 라는 매니지먼트회사에 입사, 미국내 메이저리거들을 관리했다.

그러다 건져올린 첫 작품이 최희섭. 99년 최선수를 컵스에 입단시켰다. 그는 지난해 포수 권윤민의 미국행도 주선했다. 1루수와 포수. '불가능' 으로 여겨졌던 '메이저리그 동양 타자' 의 벽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그 벽은 조금씩 무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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