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일본발 꽃샘추위'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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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날씨가 험했다. 황사로 뿌옇다가 봄비가 내리나 싶더니만 강풍과 함께 우박.눈이 내렸다. 마치 요즘 경제 상황 같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2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던 정부와 한국은행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기 때문이다. 지난주 미국 증시는 급락했고, 침체 상황이 그칠 줄 모르는 일본 경제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 여파로 지난주 국내에서도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며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환율은 오름).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지난달 낮춘 뒤 잠잠하던 콜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8일 금융통화운영위에서 3월 콜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줄기차게 나돈 일본의 금융대란(大亂)설이 닥치리란 3월이 다가왔다. 일본에선 2월말 추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닷새 연속 주가가 하락해 15년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실업률은 4.9%로 전후 최고치다. 경기 후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모리 총리는 사실상 불신임을 받은 상태고, 정부 정책은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런 판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일본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져 대란은 아니라도 소란(小亂)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가 4대 개혁의 성과를 평가하며 상시 개혁을 선언한 이튿날인 3일 도급순위 28위의 중견 건설업체 고려산업개발이 부도 처리됐다. 저금리 속 시중 여유자금이 부동산을 찾는 기미에 봄바람을 기대하던 건설업계에 꽃샘바람이 불어댄 격이다. 현대 계열사로선 첫 부도요, 상시 퇴출 제도 적용 1호다.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 계열사의 처리 방향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상시 개혁 체제에서 은행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려면 진행 중인 금융기관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빨리 마무리되고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지만 첫 금융지주회사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모두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간 곳인 만큼 최고경영자부터 잘 뽑아야 한다. 지주회사로 들어가는 한빛.평화.경남.광주은행과 신한은행이 5일 주총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은행과 상장사의 주총이 본격화한다.

정부가 은근히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문제는 기업은행장이 '부실은행과 합병하거나 지주회사를 설립하지 않겠다' 고 밝혔다지만 대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일단 잠복한 상태로 보인다.

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다. 눈바람 속에서도 자연의 봄은 다가오는데, 경제의 봄은 더 기다려야 하나 보다.

양재찬 산업부장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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