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2001 한국배구 슈퍼리그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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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23일 남자부 '현대자동차-삼성화재'의 경기로 막을 올린 '2001 슈퍼리그'가 남자부 삼성화재와 여자부 현대건설의 우승을 결정짓고 3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쳤다.

3월 31일 'V 코리아 세미 프로리그'의 개막으로 어쩌면 내년부터 슈퍼리그가 규모면에서 축소되거나 없어질지도 모르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대회의 남녀 최우수선수(MVP)는 각각 삼성화재의 팔방미인 신진식과 현대건설의 세계적인 센터 장소연이 뽑혔다.

◇ 삼성화재 5연패, 현대건설 2연패

'2001 슈퍼리그'는 남자부의 경우 대학팀의 전력하락과 삼성화재의 독주로 역대 대회중 가장 맥빠진 대회라는 평가를 들을만 했다.

대학팀의 경우 믿었던 한양대마저 3차대회 진출에 실패하고 실업 4팀이 결승전 진출을 놓고 겨뤘으나 삼성화재와 현대자동차가 일찌감치 두 장의 티켓을 거머지는 바람에 배구팬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이런 시시한 경기는 결승전에도 이어졌다.

LG화재나 상무를 만나면 호랑이같이 무섭던 현대자동차가 선수 면면에서 뒤질 것이 없는 삼성화재를 만나 세 경기동안 총 1세트만을 따내는 부진을 보인 끝에 우승컵을 내주며 스스로 배구명가의 명성에 먹칠을 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삼성화재는 신진식이 2경기 결장한 2차전에서 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서도 현대자동차를 완벽하게 요리하는 등 물오른 조직력을 한껏 과시하며 5연패를 달성해 앞으로도 국내코트에서는 '라이벌 없는 독주'가 이어질 것임을 과시했다.

현대건설이 2연패를 달성한 여자부는 5개팀이 3차대회까지 풀리그를 벌인 뒤 최종 결승전을 치룰 두 팀을 가려냈는데 전통의 강호 현대건설과 LG정유에 담배인삼공사의 돌풍이 이어져 오히려 남자부보다 재밌다는 배구팬들의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1~3차전을 통해 벌어진 현대건설과 LG정유의 라이벌전과 LG정유와 담배인삼공사의 결승전을 향한 치열한 접전은 배구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했으며 비록 현대건설의 3연승으로 끝이 났지만 결승전 또한 아기자기하고 투지넘치는 경기로 배구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또 이번 여자부 경기를 통해 현대의 한유미와 정대영, LG정유의 김지수 등은 구민정, 장소연, 정선혜 등의 뒤를 이어 향후 한국여자배구의 새 기둥이 될 것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 오심과 부실한 홍보

한국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으로 지적되고 있는 심판의 오심과 배구협회의 안일한 대회운영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심판들의 경우 시즌 내내 잦은 오심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맥을 끊는 등의 실수를 했는데, 남자 결승전의 경우 심판의 오심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이어질 뻔한 것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팬들의 항의가 배구협회 홈페이지에 빗발쳤다.

일부 팬들은 TV중계를 통해 정확하게 슬로모션으로 나오는 오심이 수차례에 달하는 경우가 잦아 "배구경기가 심판의 재량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며 비꼬았다.

이런 심판들의 오심과 함께 배구협회는 기존의 낡은 홍보방식을 답습해 배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또, 중계방송사인 KBS의 요구에 밀려 여자배구를 들러리 취급하는 등 형평성 없는 운영원칙을 고수해 비난을 받았는데 일부 배구팬들은 KBS가 결승전을 모두 남자배구 중심으로 중계를 잡자 "재미없는 남자배구보다 차라리 여자배구를 중계해달라"는 항의하기도 했다.

◇ 신진식 폭언

이번 슈퍼리그, 최악의 사건은 신진식 폭언이었다.

신진식 선수는 경기도중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김건태 주심에게 욕설을 해 2경기 출장정지에 2000년 최우수선수상을 박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신진식 선수의 폭언에 대해 긴급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잔여경기출장을 금지하고 협회수여 최우수선수상을 박탈하는 등의 강경자세를 취하던 배구협회가 "너무 심하다"는 일부 배구팬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2경기 출장정지로 징계수위를 낮추고 김건태 심판에게까지 징계를 가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배구협회는 일부 언론과 배구팬들에게 "배구협회가 삼성화재의 힘과 신진식의 인기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 'V 코리아 세미 프로리그' 개막

본격적인 프로로의 전향을 위해 당초 3월 24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V 코리아 세미 프로리그'는 몇몇 문제로 개막이 일주일 연기됐다.

남녀 5개 팀씩이 참가하는 이번대회는 6월까지 이어질 예정이어서 일부에서는 슈퍼리그를 마친 선수들이 한달도 안돼 또다시 대장정에 돌입하는 것에 대한 체력적인 문제와 구체적이고 확실한 준비와 홍보도 없이 대회를 열겠다고 하는 배구협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번 'V 코리아 세미 프로리그'가 프로농구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영입과 내년부터 완전한 프로리그로 격상시켜 지역연고제와 선수들의 연봉제 등을 도입할 예정이라 국제적 활약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 배구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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