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마케팅 담당 "여기선 '졸면 죽는다'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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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영희 삼성전자 전무는 “어려운 기술 이야기는 뒤로 감추고 ‘인간을 위한 휴대폰’이라는 컨셉트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5일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3를 국내에 출시한다. 지난달 초 영국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뒤 시드니·두바이·베이징·뉴욕을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갤럭시S3는 주요 국가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이영희(49) 전무는 “페인포인트(고통점)를 해결해주려는 노력을 소비자들이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을 위한 휴대폰’이라는 컨셉트는 어떻게 탄생했나.

 “갤럭시S와 S2 후속 모델 개발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컸다. 세간의 이목은 삼성이 얼마나 더 가볍고 얇고 빠른 기기를 내놓을 것인가로 쏠렸다. 그런 기대에 반전을 꾀하고, 하드웨어 이상의 강점을 보여주기로 한 게 사람처럼 반응하는 스마트폰이다. 하드웨어 사양도 물론 뛰어나지만 어려운 기술 이야기는 뒤로 감추고 ‘인간’이라는 일상 언어를 앞세웠다.”

 -왜 ‘사람’인가.

 “요즘 같은 스마트 범람 시대에 소비자는 자신에게 의미 있고, 적절하며,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것을 원한다. 스마트폰엔 실생활에 필요 없는 기능도 많고, 사용법도 복잡하다. 이런 점이 소비자에겐 ‘페인포인트’다. 무조건 최첨단보다는 자주 쓰는 기능에서 불편을 덜어주는 게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다. 사람들이 귀찮아 하는 부분이 뭔지 관찰하고 조사해 페인포인트를 걷어냈다. 제품 아이디어는 페인포인트에서 나온다.”

 -마케팅 과제는.

 “삼성이 가진 진정성과 열정,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기술력, 사람에 대한 통찰을 소비자에게 더 알려야 한다. 흔히 예쁘고 착한 여자에 대해 얼굴 예쁜 것만 얘기하고 마음 착한 건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뛰어난 하드웨어 기술에 가려져 다른 매력과 장점이 덜 알려졌다.”

 -전자업체 간 기술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데.

 “하드웨어가 뒷받침돼야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속도가 느리고, 센서 기술이 부족하고, 카메라가 시원치 않으면 갤럭시S3 같은 혁신을 이루긴 힘들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시간이 흐르면 따라잡힐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담아 둔 브랜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열망을 키워야 한다.”

 -삼성 브랜드는 매니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매니어는 어느 순간 변심할 수 있다. 미친 듯이 사랑하다 확 돌아서는 관계가 아니라,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 브랜드에 확신을 갖고, 실수도 이해해주고, 기대에 못 미치면 채찍질도 하지만 계속 믿어주는, 오랜 친구 같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

 -입사 후 삼성이 스마트폰 열세를 면치 못할 땐 힘들지 않았나(그는 2007년 로레알코리아에서 삼성으로 옮겼다).

 “(웃으면서) 학자·전문가·언론까지 온 국민이 우리를 걱정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제품의 완성도에 만족하고, 경쟁이 재미있다고 느낄 정도가 됐다. 소비자는 정말 스마트하게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경쟁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위기감과 불안감은 늘 있다. 이 산업이 워낙 역동적이어서 언제라도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와서 ‘졸면 죽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늘 깨어있기 위해 긴장한다.”

이영희 전무 유니레버코리아·로레알코리아 등 다국적 화장품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200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로 옮겨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2010년 전무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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