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특검 “윗선 없다” … 초라한 성적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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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사건을 수사해온 특별검사팀 박태석 특별검사가 21일 서울 역삼동 특검사무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도스 특검’이 3개월여에 걸친 수사를 마치고 “윗선은 없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공무상기밀누설)로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명을 추가로 기소하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기존 수사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해온 특검(특별검사 박태석)은 21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나 국회의원 등 윗선 개입을 밝히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특검은 김 전 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김모(45) 행정관과 김모(43) 행정요원을 공무상기밀누설혐의로, 고모(5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사무관과 LG유플러스 김모(45) 차장을 직무유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제3자 개입의혹, 자금출처 및 사용내역, 수사 은폐 여부 등 주요 의혹 사항에 대해 모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특히 디도스 공격 동기에 대해서는 ‘온라인 도박의 합법화를 위해서였다’는 식으로 다소 상식에 어긋난 결론을 내렸다.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강모(26·구속)씨가 온라인 도박 합법화를 위해 정치권에 로비할 연결다리를 찾다 당시 국회의원 비서인 공모(28·구속)씨와 김모(32·구속)씨를 만났고 함께 디도스 공격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들은 디도스 공격이 성공하고 나경원 전 의원이 시장으로 당선되면 정치적으로 배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제3자 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은 최구식 전 의원과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박희태 전 국회의장 모두 개입 정황이 없다고 봤다. 국회의원 비서 모임인 ‘선우회’의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회원이 1, 2차 술자리 모임에 참석한 사실은 있지만 디도스 공격을 공모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격 대가로 오고 간 1억원에 대해서도 기존 수사와 동일한 결론이었다. 박 전 국회의장의 비서 김씨가 디도스 공격을 실시한 강씨에게 건넨 1억원 중 1000만원이 디도스 공격의 대가고 나머지 9000만원은 김씨 개인 채무관계에 따른 돈이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1억원은 배후 없이 김씨가 전세 보증금 등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은폐·축소 의혹도 문제 없다는 결론이었다. 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사건 은폐나 축소는 없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경찰이 수사 결과 발표 때 1억원이 오간 사실을 누락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1억원을 범행 대가로 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은폐·축소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통상적 업무보고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담당 수사검사들의 통화내역 조회 등도 하지 않고 서면진술을 받는 데 그쳤다.

 선관위의 로그기록 조작과 내부 직원의 공모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특검은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장애 도중에도 일부 투표소 조회가 가능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부 공모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정원엽·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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