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 … 한글 배우러 온 찌아찌아족 선생님 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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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 오전 11시30분. 한국외국어대 812호 강의실에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교사 4명이 한국외국어대 이현 강사를 따라 한글 모음을 발음하고 있다.

“아-이” “으-어” “오-이”.

 19일 한국외국어대 본관 812호 강의실 앞. 어설프지만 한글 모음을 또박또박 따라 읽는 소리가 강의실 밖에까지 들렸다.

 강의실에선 인도네시아에서 온 초등학교 교사 라시드(26) 등 찌아찌아족 교사 4명이 열심히 우리말을 배우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외대의 초청으로 방한해 지난 18일부터 한글교수법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2개월 과정이다. 찌아찌아족 교사들은 한글을 곧잘 읽는다. 하지만 한국어를 접하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라시드도 바우바우시에서 한글을 전담으로 가르치는 교사다. 그는 “여기 와서 한국어를 배워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한글과 달라 헷갈린다”면서도 “형식만 알고 썼던 것을 제대로 알아가니 신기하고 새롭다”고 말했다. 함께 온 다르민(38)은 “한국어에는 ‘와’나 ‘의’ 같은 이중모음이 많아서 발음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찌아찌아족 교사들은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아 하루 종일 ‘집중훈련’을 받아야 했다. 이들은 머쓱한 듯 웃었지만, 곧 땀을 흘려가며 한국어 발음연습에 빠져들었다.

 언어와 문자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라시드는 “언어에는 문화와 그 나라의 역사가 담겨 있다”며 “우리 찌아찌아족은 우리 말과 문화, 역사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한국어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소중히 여기면서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체험도 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초청된 교사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 문화체험 기회를 많이 늘려달라고 요구했다”며 “광화문·민속촌 등 을 둘러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놨다”고 말했다. 라시드는 “찌아찌아족을 대표해 우리들이 이번에 온 것”이라며 “한국에서 배운 소중한 것들을 돌아가면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진호 기자

◆찌아찌아족=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에 사는 소수민족(1만9700여 명)이다. 공식 문자가 없었는데 2009년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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