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메달 따낸 부산 고아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힘내라 힘! 힘내라 힘!"

22일 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강원도립크로스컨트리경기장에 하얀 눈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검정색 수녀복 차림의 수녀 2명이 박수를 치며 열띤 응원을 보내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 수녀가 응원을 보낸 선수들은 부산 대표로 출전한 알레이시오 중학교와 기계공업고등학교 학생들.

수녀들의 응원덕택이었을까. 고아들을 위해 마리아 수녀원이 운영하는 알레이시오 중학교는 크로스컨트리 20㎞ 계주에서 은메달을 땄고 알레이시오 기계공고도 40㎞ 계주 3위에 올라 스키 불모지 부산에 값진 메달을 선물했다.

전날 알레이시오 출신인 윤수아가 크로스컨트리 남자 일반부 15㎞ 클래식에서동메달을 딴 것까지 하면 벌써 메달이 3개째다.

93년 학생들의 정신교육 차원에서 크로스컨트리팀을 창단한 알레이시오 중고교는 94시즌부터 동계체전에 참가, 97년 대회에서 동메달 1개를 따낸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은1,동2의 최고 성적을 거뒀다.

겨울에는 용평으로 전지훈련을 와서 훈련할 수 있었지만 여름에는 달리기 이외에는 다른 훈련수단이 없었다가 지난해 부산스키협회에서 지원해 준 로울러 스키를도로에서 타면서 꾸준히 연습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눈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부산에서 알레이시오의 학생들이 스키, 그것도알파인이 아닌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한 것은 부모 없는 설움을 달래고 잊기 위해서다.

`눈위의 마라톤'이라고도 불리는 크로스컨트리는 화려한 알파인 종목과는 달리인내력과 끈기를 요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호종 감독은 "학생들이 크로스컨트리를 통해 훨씬 강하게 자라는 것같아 보기좋았는데 메달까지 따니 정말 대견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창=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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