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자당 찍지 말라’ FT 독일판 1면 사설 내정간섭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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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리스 국민 여러분. 불안한 정치 상황을 떨쳐냅시다. 분노가 아닌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재정 개혁을 위해 표를 던집시다.”(독일판 파이낸셜타임스(FT) 16일자 1면)

 2차 총선을 하루 앞둔 그리스 정국에 ‘FT 사설 변수’가 등장했다. 그리스어로도 발행되는 독일판 FT는 이날 ‘그리스 국민들께’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에 실었다. 사설은 “그리스는 외국 채권자들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인 정당이 집권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축 등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재정 개혁 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신민당을 공개 지지한 셈이다.

그러면서 긴축안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의 공약은 혹독하게 평가했다. “시리자와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가 펴는 선동에 맞서라”고 썼다.

 그리스 좌파진영은 내정 간섭이라며 발끈했다. 그리스 재정 개혁이라는 독일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반감도 작용했다. 시리자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FT가 그리스의 존엄과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전례가 없는 무례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했다. 치프라스 당수도 이날 그리스 북부에서 벌인 유세에서 “독일은 동맹국과 함께 신민당과 사회당을 드러내놓고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당은 역풍을 걱정했다.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 여론 때문에 자칫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신민당은 “우리는 여론 조작이나 무리한 보도를 원치 않는다”면서 “오히려 FT가 정치적으로 무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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