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서 시작한 유로존 위기 퀴탤리 → 픽시트 순으로 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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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로존 위기는 스패닉(Spanic·스페인으로 인한 패닉)→퀴탤리(Quitaly·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픽시트(Fixit·핀란드의 유로존 이탈) 순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가 핀란드의 유로존 탈퇴로 끝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매튜 린(50) 블룸버그 칼럼니스트가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쓴 글에서다. 영국 태생인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마켓워치에 ‘런던 아이’라는 칼럼을 매주 연재하고 있다. 아래는 칼럼 요약.

 “올여름, 위기의 시작은 ‘스패닉(Spain+panic)’이다. 유로존은 지난주 스페인 은행권에 최대 1000억 유로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스페인 금융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00억 유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 구제금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페인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다. 정부의 재정긴축으로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올해 이 나라 경제는 1.7%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기업 파산, 실업률 상승, 대출 연체의 악순환은 스페인의 금융시스템을 손상시킬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지원 자금이 어디서 얼마나 나올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스페인 경제를 되살릴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다음은 ‘퀴탤리(Italy+quit)’. 다행히 스페인 위기가 진정된다 해도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다. 퀴탤리 가능성이 부각되는 것은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 워낙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상세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페인 은행권이 유로존 자금을 3%의 금리로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각각 7%, 6%다. 스페인이 3%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 이탈리아로서는 심기가 편치 않을 거다. 이탈리아가 스페인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유로존을 떠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픽시트(Finland+exit)’다.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는 핀란드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데다 최근 유로존 체제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인 ‘진정한 핀란드인당(True Finns)’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또 핀란드는 스페인을 지원하는 데 담보를 요구하는 등 역내 재정위기국 지원에 소극적이다. 스페인 담보 문제가 픽시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픽시트가 다른 나라의 추가 이탈을 부추겨 유로존이 아예 붕괴하거나 작지만 더 끈끈한 유로존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위기 해소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지금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자산은 달러와 금, 그리고 스위스프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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