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충현교회 원로목사의 ‘교회 세습 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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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형 교회 세습이란 문제를 처음 일으켰던 충현교회 원로목사가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은 내 인생 최대 실수”라며 공개 사죄했다. 김창인 원로목사는 지난 12일 한 모임에서 눈물을 훔치며 ‘충현교회 회복을 위한 긴급성명서’를 읽었다.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설립자요, 원로목사요, 아버지로서 강력하게 명령한다”며 “당장 교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김창인 원로목사는 한국 개신교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교회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7년 아들에게 당회장 자리를 물려주었다. 본인이 고백했듯 그 과정에서 무기명 비밀투표가 아니라 기립방식의 공개투표를 강요함으로써 절차에 하자를 남겼다.

 절차를 떠나 본질적인 문제는 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하겠다는 사고방식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것’이란 기본교리는 일반상식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알리고 실천해야 하는 목회자가 하나님의 것을 자기 개인 소유인 양 가로채 아들에게 넘겨준 것이다. 교회 세습은 기독교의 기본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세속적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목회자의 신앙은 물론 상식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충현교회의 세습은 개별 교회의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우리나라 개신교를 대표하는 많은 대형 교회 세습에 물꼬를 터주었다. 그 과정에서 대형 교회 목회자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교회 운영, 그리고 교회 재정 관련 비리까지 쏟아져 나왔다. 개신교 전체가 사회적 비난 속에 침몰하기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교회는 세습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15년 만에 당사자인 원로목사가 눈물의 참회를 했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했다”는 원로목사의 충정을 믿고 싶다. 부자지간의 불미스러운 다툼이란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개는 옳다. 충현교회의 잘못된 선례를 따랐던, 혹은 따르려고 하는 목회자들은 원로목사의 참회에 귀 기울여야 한다. 모든 신도도 교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교회는 담임목사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