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석 “일본 본사 파워게임 때문에 해임당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한동안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 1위를 달렸던 올림푸스한국이 내홍을 겪고 있다. 일본 본사는 이달 초 방일석(49) 올림푸스한국 사장과 그의 친동생 방인호(43) 올림푸스한국 의료사업본부장(상무)을 해임했고, 이에 대해 방 전 사장이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일본 본사 내의 파워 게임으로 인해 온당치 않게 해임됐다”는 게 방 전 사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올림푸스 측은 “방 전 사장에게 중대한 과오가 있어 해임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올림푸스 본사와 올림푸스한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본 광학전문기업 올림푸스는 지난해 회계 부정 파문으로 경영진이 사퇴하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1990년대부터 17억 달러(약 1조98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 올림푸스는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47년간 재임한 기쿠카와 쓰요시(71) 전 올림푸스 회장과 경영진이 물러나고 새 이사회가 꾸려졌다. 올림푸스는 지난 2월 말 기모토 야스유키(63)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기모토 신임 회장은 올림푸스의 대주주인 스미토모미쓰이 은행에서 수석 전무를 역임했다. 신임 사장에는 사사 히로유키(56) 의료장비 마케팅부문 대표를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경영진 11명 가운데 6명은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

 이 과정에서 신임 경영진은 기쿠카와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인사들을 내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여파가 한국에까지 미쳐 자신이 물러나게 됐다는 게 방 전 사장의 얘기다. 그의 말대로 방 전 사장은 기쿠카와 전 회장의 ‘라인’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이던 방 전 사장을 영입한 사람이 기쿠카와 전 회장(당시는 사장)이다. 한국법인을 만들 당시 방 전 사장은 기쿠카와 전 회장을 설득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한국에 재투자한다”는 약속을 받아내 경영 현지화를 꾀했다. 덕분에 한국 사업을 의욕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2000년 4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050억원으로 뛰었다. 방 전 사장은 지난해 올림푸스 그룹의 집행임원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방 전 사장은 대리인인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를 통해 “실적 좋은 한국법인을 본사가 직접 장악하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지난해 117억원의 순이익을 낸 알짜 회사다. 소화기 내시경 장비의 국내 대형병원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한국법인 유보금이 800억원에 이르고, 2010년 강남 대로변에 신축한 12층, 6층짜리 2개 동 사옥은 시세가 1000억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방 전 사장 측은 또 “해임 절차가 비정상적”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감사를 먼저 진행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인사 결정을 내리는데, 방 사장의 경우 해임부터 하고 감사를 시작한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림푸스 본사는 5일 방 사장을 해임한 뒤 같은 날 한국법인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올림푸스 본사 측은 일단 “방 전 사장에게 중대한 과오가 있다”고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올림푸스 본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본사 감사팀은 의료기기 영업 대리점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 체제를 도입하면서 방 전 사장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방 전 사장 측은 “2년 전 이미 감사를 받은 사안이며, 당시 경영진은 현지법인장이 경영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