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놈 혁명이후…이제는 생명공학이다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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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만원짜리 생쥐'' ''보통 젖소보다 세배나 많은 우유를 생산하는 슈퍼 젖소'' .

포스트 지놈 시대에 우리나라가 노다지로 일컬어지는 생명공학을 일궈갈 방향을 암시해주는 국내 바이오기술 개발 성과다.

국내 대표적 바이오벤처인 ㈜마크로젠이 개발한 생쥐는 당뇨병을 앓도록 유전자를 파괴한 쥐로 신약의 임상시험용으로 사용된다.

이 쥐는 만드는 데 2년여가 걸리는 질환동물 모델로, 소수의 전문가만이 해낼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슈퍼 젖소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체세포를 이용,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복제한 것으로 축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연구비.인력 등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길만 잘 찾으면 ''생명공학 열강'' 들의 틈바구니에서도 이처럼 한몫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간지놈지도의 완성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또 생명공학은 그만큼 개척할 분야가 많다. 의료.제약.화학.농축산''.에너지.섬유 '' 등 웬만하면 모두 생명공학에 발을 걸치고 있다.

마크로젠의 서정선(서울대 의대 교수 겸임) 대표는 "서양인에 대한 지놈은 미국.유럽 등이 선점했다" 며 "이제 우리는 수십억 인구인 황인종에 대한 지놈을 밝혀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인종마다 지놈이 달라 각종 질환이나 맞춤 의약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종별 지놈 연구가 필수라는 것.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현재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대단위 프로젝트로 인간유전체연구사업단에서 진행 중인 ''한국인 다발성 위암.간암 DNA칩과 치료법 개발'' 등은 우리가 기선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한 분야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한문희 회장은 "바이오벤처가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희망" 이라고 강조한다.

연구 중심의 바이오벤처들을 육성, 제약업체.병원.대기업 등과 연결해 공동연구를 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가동하는 한 방법이다.

현재 중앙 정부와 춘천.대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조성에 나서고 있는 바이오산업단지를 잘 조정해 한두 지역을 골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공략 분야도 전략적으로 잘 선정한다면 시너지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돈과 연구력의 분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인간지놈지도가 예상보다 5년이나 앞당겨진 것은 컴퓨터기술의 발달과 함께 셀레라 지노믹스 등 벤처기업이 맹활약한 덕분이다.

''바이오 황금기'' 를 잡느냐 못 잡느냐는 이제 정부와 대기업.벤처들이 연구인력.기반기술.돈 등을 네트워크로 잘 엮어 돌아가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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