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산층 20년 쌓은 부 금융위기 3년 만에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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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중산층이 과거 20년 동안 쌓아온 부를 2008년 금융위기로 모두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소비자금융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계의 중간치(평균이 아니라 소득을 순위에 따라 나열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가계) 재산이 2007년 12만6400달러에서 2010년 7만7000달러로 38.8% 감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는 1992년보다 적은 것으로, 과거 18년 동안 쌓아온 부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다 잃었다는 얘기다.

 중산층 가계의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산 감소는 집값이 주택담보대출금보다 적은 이른바 ‘깡통 주택’ 속출 등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산층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같은 기간 11만 달러에서 7만5000달러로 급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간치 가계의 소득도 같은 기간 4만9600달러에서 4만5800달러로 7.7% 줄었다. 중산층의 소득은 줄었지만 소비는 그에 비례해 줄이지 않으면서 저축률은 떨어졌다. 1년 전보다 저축을 늘린 가구는 2007년 56.4%에서 2010년 52%로 줄었다. Fed는 소비자금융 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중산층이 몰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유층의 재산은 오히려 늘었다. 소득 상위 10%의 중간 순재산가치는 같은 기간 1.8% 늘어난 119만 달러로, 하위 20%의 6200달러에 비해 192배 많았다. 이는 2007년의 138배, 2001년의 106배에 비해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빈부격차가 확대된 이유는 중하위 계층은 부동산가격 폭락으로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부유층은 부동산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신 상위층은 각종 파생상품이나 주식 투자로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다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산층도 이자율이 높은 신용카드 부채는 확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부채를 가진 미국인이 2010년 39.4%로 2007년보다 6.7%포인트 감소했다. 신용카드 부채 규모도 2007년 중간치 기준 3100 달러이던 것이 2600 달러로 16% 이상 줄었다. 신용카드를 한 장도 가지지 않은 미국인 비율이 같은 기간 27%에서 32%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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