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인터넷 e-메일 도청장치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범죄활동 수사에 인터넷 e-메일 감청장치를 사용하고 있어 사생활 정보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사회단체인 전자사생활보호센터(EPIC)는 8일 FBI가 현재 인터넷 e-메일을 감청할 수 있는 `카너보어(육식동물)''라는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99년 FBI의 인터넷 감청 신청건수가 97년보다 18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FBI 인터넷기술 담당 부국장 도널드 커는 의회 증언에서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면서 범죄에 컴퓨터와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동 포르노와 사기, 신분증 도용, 테러 등 모든 형태의 범죄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저질러지고 있다"며 인터넷 감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FBI가 인터넷 e-메일 감청에 사용하고 있는 `카너보어''라는 장치는 지난해 6월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 요구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뒤 정부의 정보수집 활동 범위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FBI는 이미 수십 건의 수사에 카너보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범죄 용의자들의 통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딕 아메이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카너보어가 정부가 불법적인 수사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카너보어 사용은 중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너보어라는 명칭은 이보다 먼저 개발된 인터넷 e-메일 감청장치인 `옴너보어(잡식동물)''에서 유래한 것이다. 옴너보어는 한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포착해는 인터넷 감청장치로 정보 선별 기능이 취약한 것이 문제였다.

FBI는 카너보어는 옴너보어의 기능을 크게 개선해 인터넷 정보 가운데 범죄 용의자와 관련된 e-메일만을 선별해 도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카너보어는 사생활 정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하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감청장치는 범죄 용의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감청해 영장에 허가되지 않은 것은 폐기하는 방식이었으나 카너보어는 수사관들이 봐서는 안되는 내용은 스스로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FBI는 더욱이 감청을 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와 법무부 고위 관리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 등 보호장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이 더욱 널리 사용되면서 정부 수사기관의 인터넷 정보수집활동은 더욱더 큰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논쟁이 FBI의 인터넷 감시활동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사생활정보센터가 입수한 정부 예산 자료에 따르면 FBI는 카너보어를 이용한 인터넷 e-메일 감청 뿐 아니라 인터넷 음성전화와 인터넷 채팅 등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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