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또 다른 시작, 졸업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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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졸업이라는 통과의례가 있기에 특별한 달이다. 끝은 늘 또 다른 시작을 부르고...

졸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설렘'이 어리는 이유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또 다른 시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는 '졸업'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청춘스케치 Reality Bites ★★★★

감독 : 벤 스틸러 / 주연 :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벤 스틸러 / 출시 : 1997년 10월 1일

MTV 세대 초창기, 소위 X세대로 불리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인상적인(?) 대학 졸업식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콜라처럼 톡 쏘는 연애담으로 이어지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일상들을 담아낸다.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벤 스틸러의 삼각 구도와 멋진 OST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작품.

레이나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청운의 꿈을 안고 텍사스 TV 방송국에 입사하지만 고지식한 프로그램 진행자와의 갈등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의 연인이자 가수지망생인 트로이 역시 실직상태로 그녀의 아파트에 얹혀 사는 신세. 이들 사이에 방송국 부사장이 끼어 든다.

졸업 The Pallbearer ★★★☆

감독 : 매트 리브스 / 주연 : 기네스 팰트로우, 데이빗 쉬머, 바바라 허쉬, 토니 콜레트 / 출시 : 2000년 1월 7일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한 '졸업'과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기네스 팰트로우 주연의 동명 작품이다. 원제의 의미는 '관 드는 사람'.어쨌든 주인공은 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

탐은 늘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꿈꾸지만, 독립의 필수요건인 취직 문제가 졸업한지 1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편 7년만에 만난 첫사랑 줄리 드마코는 그를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상심에 빠진 탐에게 어느 날 잘 알지 못하는 빌이란 남자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가 걸려오고, 탐은 빌이 누군지도 모른 채 장례식에 참석한다.

세친구 Three Friends ★★★★

감독 : 임순례 / 주연 : 정희석, 이장원, 김현성 / 출시 : 1997년 3월 6일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대학을 가지 않은 고교졸업생 3명이 겪는, 혹은 겪어야만 하는 소외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마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한 무명 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는 신선하다. 백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만한 에피소드들이 그득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한 무소속, 섬세, 삼겹은 나름대로의 꿈을 가진 아이들이다. 조직사회를 견디지 못하는 무소속은 만화가가 꿈이며, 삼겹살집 아들 삼겹의 꿈은 먹고 놀며 비디오나 보는 거다. 그리고 여성스럽고 심약한 성품의 소유자 섬세는 미용사가 되고싶다.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이들의 가깝고도 먼 이야기.

왓에버 Whatever ★★★

감독 : 수잔 스쿡 / 주연 : 리자 웨일, 체드 모건 / 출시 : 1999년 11월 9일

고교 졸업을 앞둔 여주인공을 통해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혼돈의 시기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 정서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성년 초입에 선 주인공이 겪는 불안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주연 리자 웨일은 브로드웨이 연극무대 출신 배우답게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안나는 그림에 남다른 재주가 있다. 게다가 그런 그녀를 믿고 지지해주는 선생님도 있다. 하지만 삶에 지쳐 중심 없이 살아가는 어머니와 자신을 놀려대는 어린 동생은 그녀를 힘겹게 한다. 그녀가 가족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은 바로 미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하버드 졸업반 With Honors ★★★

감독 : 알렉 케시시안 / 주연 : 조 페시, 브랜든 프레이저 / 출시 : 1995년 2월 1일

우등 졸업을 앞둔 하버드 졸업생이 잃어버린 자신의 졸업논문을 되찾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행(?)을 베푼다. '나홀로 집에'의 악당 조 페시와 '조지 오브 정글'의 브랜드 프레이저가 주인공. 감독 알렉 케시시안은 '마돈나의 진실 혹은 대담'을 연출했던 이로, 이 작품을 통해 의외의 감동을 선사한다.

몬타 케슬러는 우등 졸업을 기다리는 하버드의 장학생이다. 그런데 극심한 겨울 폭풍 때문에 그의 컴퓨터가 고장나고 졸업논문이 다 날아가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도서관에 남아있던 유일한 원고를 복사하려던 케슬러는 그만 실수로 원고를 잃어버린다. 마침 원고를 발견한 사이몬이라는 사내가 케슬러에게 원고를 돌려 받을 수 있는 기이한(!) 조건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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