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판 여섯 장도 깬다, 나는 여든다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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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군의 실버태권도단이 5일 송판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실버태권도단은 85세의 강태구(앞줄 왼쪽)씨를 비롯해 평균 나이가 73세나 되지만 모두가 초단(검은띠)을 딸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무주=프리랜서 오종찬]

‘몸통 막고 정권 찌르기’ ‘얍-’.

 5일 전북 무주군 무주읍 예체문화관 2층. 건강미가 넘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손녀뻘 사범의 지도에 따라 쩌렁쩌렁 연습장이 울릴 정도로 기합을 넣으면서 절도 있는 동작을 펼쳤다. 이들은 무주군의 노인들로 구성된 ‘실버태권도단’이다. 60~80대의 여자 10명, 남자 4명에 평균 연령은 73세다. 하지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혈색이 좋고, 활력이 넘쳤다. 김병주(71) 단장은 “노인 건강 활력사업으로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2년 전 태권도단을 창단했다”고 밝혔다.

 무주는 전체 2만6000여 명의 주민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0%에 이른다. 하지만 무주 노인들의 노후는 따분하지 않다. 스포츠·문화·예술 등 30~40여 개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대다수 노인이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홍낙표 무주군수는 “나이 들면서 찾아 오는 우울증·외로움을 떨치고 즐겁고 신나는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태권도단은 이 중에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원들은 매주 월·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씩 구슬땀을 흘린다. 버스로 30~40분씩 걸리는 먼 마을에 사는 단원도 있지만 몸이 아플 때 외에는 100% 출석할 만큼 열정적이다. 요즘 같은 농번기에도 예외가 없다. 30분 전에 모이고 끝난 뒤에도 그냥 가지 않고 미진한 동작이 잘될 때까지 연습을 거듭한다. 이처럼 열심히 배운 덕분에 14명 전원이 지난해 11월, 올 4월에 열린 국기원의 정식 승급대회에서 초단(검은띠) 자격증을 땄다.

 이들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격파 실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무주읍에서 열린 효도잔치에서 할머니들은 손으로 송판 4장씩을 격파하는 시범을 보였다. 가장 나이 많은 강태구(85)씨는 머리로 6장을 깨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박복수(75)씨는 “태권도를 하면서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무주군은 실버태권도단을 ‘태권도인의 성지-무주’를 알리는 홍보대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무주군에는 6000여억원을 들여 내년 4월 완공되는 세계태권도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같은 시각 무주군 무주읍 종합복지관에서는 실버연주단(산골노인의 음악세상)이 ‘아리랑 낭랑’ ‘고향무정’ ‘홍도야 울지 마라’ ‘타향살이’ 등을 흥겹게 연주했다. 아코디언이 앞서고 키보드·통기타·색소폰 연주가 뒤따르면서 연습장 분위기를 띄웠다. 65세 이상 주민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 실버연주단은 지난해 3월 무주문화원의 ‘어르신 문화학교’ 사업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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