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한빛은행 4강 견인한 조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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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로서 팀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고 싶었습니다"

평소 말없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순한 양처럼 보이는 조혜진(28)이 한빛은행의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조혜진은 3일 양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현대전에서 올시즌 개인 최다인 30점을 몰아넣고 리바운드도 9개나 걷어내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내며 한빛은행을 4강에 올려놓았다.

한빛은행이나 현대나 이날 지게 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경기여서 팀내 최고참인 조혜진의 어깨는 무거웠다. 또 선장이 없는 '현대호'를 이끌고 있는 1년 선배 전주원도 의식해야 하는 상황.

전주원은 '여자 허재', '천재가드'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국가대표팀 포인트가드를 오랫동안 맡아온 여자농구의 간판스타이고 현재는 플레잉코치까지맡고 있어 조혜진보다는 훨씬 중량감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맏언니'들의 대결은 조혜진의 승리로 끝났다.

전주원을 평균 득점 이하인 13점으로 묶었고 4쿼터 중반까지 고비마다 득점에 가담해 1-2점 차의 접전을 펼칠 수 있게 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조혜진의 진가는 빛을 발했다.

거칠게 달려드는 현대 수비를 뚫고 멋진 돌파 레이업슛을 2개나 림에 꽂은데다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해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

포인트가드를 맡은 지 얼마 안되는 김나연을 돕기 위해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길었지만 실책이 2개 밖에 안 되는 것도 조혜진의 노련한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여름리그 이후 체력문제 등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다는 조혜진은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둔 결과 스피드와 슈팅력이 많이 향상돼 이번대회에서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조혜진은 "이제는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위치"라며 "신세계와 삼성은 강팀이지만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므로 최선을 다해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다.(양산=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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