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에 차이고, 포털에 밀리고 PC통신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이제 더 이상 PC통신 업체는 없다?

한 시대를 풍미해온 PC통신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마치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호출기가 사라진 것처럼. 초고속 통신망의 발전이 PC통신의 입지를 점점 위축시키고 있다. 지금 PC통신 업계는 생존을 위한 기로에 서 있다.

PC통신은 기본적으로 접속 서비스와 콘텐츠,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이라는 3C를 결합해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는 사업모델. 월 1만원 내외의 회비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초고속 통신망의 급속한 보급으로 이제 PC통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콘텐츠 면에서도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의 약진으로 발붙일 곳이 없을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PC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해 회원 경향을 보면 무료 회원이나 이벤트 회원을 제외하고 유료회원 증가는 거의 없었다”며 “업체마다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환경 및 경쟁구도는 변화하는데, 기존의 PC통신 사업모델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2∼3년 안에 망할 것”이라며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PC통신 나우누리를 운영하는 나우콤은 지난 1월 11일부터 별나우(http://www.byulnow.com)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별나우는 게임과 커뮤니티를 결합시킨 모델. 18∼23세 인터넷 이용자 중 70%가 게임과 커뮤니티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이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 차별화된 커뮤니티와 게임에 서비스를 집중하겠다는 것.

몇몇 커뮤니티 업체들이 일부 콘텐츠 유료화와 아이템 판매 등의 방식으로 유료 서비스를 실시했던 것과 달리 별나우는 서비스 자체를 전면 유료화하는 모델로 끌고간다는 전략이다.

나우콤, 10∼20대 대상 별나우 서비스

나우콤 이재현 사장은 “시장환경 및 경쟁구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익성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요구되었다”며 “웹 상에서도 나우누리의 강점을 살려 유료 커뮤니티 시장을 선점,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별나우의 한 달 이용료는 5천원이며 기존 나우누리 유료 이용자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우콤은 이번 사업모델을 위해 1년 6개월간 준비해 왔으며 총 1백억 규모를 투자했고 향후 2003년까지 약 1백5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별나우 유료 가입자 40만명, 매출 1백50억원 달성으로 손익 분기점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2003년까지 가입자 1백만, 매출 5백50억원을 목표로 프리미엄 커뮤니티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1월 말까지의 무료 시범 서비스에 이어 2월 1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 ‘서비스 리콜제’도 눈길을 끈다.

즉 별나우에 가입하고 한 달간 서비스를 이용한 후 돈을 지불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리콜을 신청하면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유료화의 장벽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나우콤 측은 “별나우 서비스 모델은 표준 웹 기반 서비스이면서 접속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PC통신 모델과 차이를 가지며, 또한 기본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무료 기반의 포털 사이트와도 차별되는 새로운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10∼20대를 대상으로 한 별나우가 성공하면 30대, 혹은 여성을 위한 커뮤니티도 추진할 계획이다.

홍보팀의 박은희씨는 “회원 가입시 거쳐야 하는 개인정보 확인작업 때문에 전화를 이용하고 있는데 인력이 딸려 희망자의 1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전직원이 여기에 투입될 정도”라고 말했다.

또 “기존 나우누리 회원들에게도 별나우 가입을 권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나우누리 통신 서비스가 없어지고 별나우 위주의 커뮤니티 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텔도 이미 PC통신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지난 1월 15일 아셈센터에서 열린 유니텔 온라인 서비스 5주년 기념식에서 유니텔 강세호 사장은 “기존 PC통신 산업구조가 재편됨으로써 앞으로 ‘영상통신 산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쇼핑몰과 e비즈니스 컨설팅 등 PC통신 이외에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유니텔은 앞으로 모든 분야에 영상통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

이를 위해 기존 인터넷을 통한 전화는 물론 영상과 문서공유, 파일전송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하는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업무보고, 자료전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영상전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니텔, 전 분야에 영상통신 서비스

또 기존에 운영해 오던 쇼핑몰 유니플라자는 영상 쇼핑몰로 개편, 제품활용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홈쇼핑 TV처럼 설명자가 나와 시연하는 장면을 통해 제품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니텔은 영상통신 사업을 위해 지난 해 11월 인터넷 방송국 ‘유니텔캐스트’를 오픈했으며 아리랑TV와 영상 콘텐츠 제휴를 맺었다.

또 위성팀에 콘텐츠 개념을 결합, 위성캐스팅 사업부로 확대 개편해 영상통신 시대를 대비한 조직을 개편했다.

유니텔은 이를 통해 영상 게시판, 영상 메일, 영상 영화관, 영상게임, 영상 인터넷방송 등 다양한 영상 관련 콘텐츠 및 솔루션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니텔 홍보실의 관계자는 “유니텔은 이미 PC통신 업체가 아니라 인터넷 종합 서비스 기업”이라며 “현재 전체 매출액 중 PC통신을 통한 매출은 1/3 정도에 불과하며 앞으로 이 비중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텔은 지난 1월 3일부터 기존의 하이텔 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웹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이텔의 PC통신용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었던 콘텐츠와 동호회 등을 인터넷을 통해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번 개편을 통해 5천여 개의 동호회와 작은 모임 및 큰 마을 등이 웹에서도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존에 제공하던 무료 웹 메일(id@ mailo.net) ‘메일로’ 회원을 하이텔 e메일로 통합, 신규 웹 회원에게 하이텔 e메일(id@ hitel.net)을 5MB씩 무료 발급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에 주력, 정품게임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인 ‘프리게임’, 인터넷 방송 ‘HiTV’, 성인 서비스 ‘CLUB +19’ 등을 신설하는 한편 여성 포털, 어린이, 노인, 취업, 건강 등 분야별 전문 포털도 별도로 구성했다.

또 유료 콘텐츠 몰인 ‘콘텐츠 포털’을 개편해 ‘만화/무협’, ‘방송/연예’, ‘음악’,‘교육/키즈’ 등 8개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유료 콘텐츠에 대한 결제를 위해 하이텔 전용 전자화폐(Hi-Cash)와 함께 계좌이체, 사이버 화폐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이텔 상품기획팀의 최준 팀장은 “유료 콘텐츠 제공에서 중요한 것은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이라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과금 방식도 분당, 건당, 일 정액, 월 정액, 패킷 당, 다운로드 당으로 세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천리안과 넷츠고도 게임과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으로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PC통신 업계의 변화로 영향을 받게 된 것은 다음이나 야후, 네이버 등의 포털 서비스 업체들. 포털화를 추진하는 PC통신 업체와 많은 부분에서 중복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

또 PC통신 업체들의 콘텐츠 유료화 정책은 기존 인터넷 무료 서비스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으로 영역을 확대해오고 있는 PC통신 업계로 인해 올 한해 인터넷 업계의 포털 사이트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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