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접근은 문명의 회복 … 세계 주도권 잡을 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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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키르기스스탄 오므르벡 바바노프 총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람베르토 자니에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사무총장, 김황식 국무총리, 폴 존 키팅 전 호주 총리,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얼굴 가려진 사람), 바바노프 총리. [사진 제주도청]

한·중 수교가 오는 8월 24일 20주년을 맞는다. 1992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양국은 당시 베이징에서 두 차례, 서울에서 한 차례의 비밀 회담을 거쳐 전격적으로 국교를 정상화했다. 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의 ‘한·중 수교 20년’ 세션은 20년간의 양국 관계를 돌아보고 향후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션에는 중국에서 장팅옌(張庭延) 초대 주한 중국대사, 쉬둔신(徐敦信)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이, 한국에서 권병현 전 주중국 대사(한·중 수교협상 실무 수석대표), 김석우(전 통일부 차관)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원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신정승(전 주중국대사)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장이 맡았다. 다음은 발언 요지.

장팅옌(左), 쉬둔신(右)

 ▶장팅옌=(수교를 앞둔) 92년 7월 중순 첸지천(錢基琛)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친서를 갖고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과 한국이 공식 수교한다는 소식을 북한에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이해하며 중국의 결정에 동의한다. 우리도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김일성의 사망 전까지 중·북 관계는 냉랭했다.

 (앞으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의 길로 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갖고 있기에 단기간에 국가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 하지만 과거 10여 년간 평양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를 돌이켜 볼 때 북한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석우(左), 권병현(右)

 ▶쉬둔신=한·중 무역 규모는 20년 전에 비해 40배 늘었다. 연간 상호 방문객 수는 6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 간, 국민 간 이견도 적지 않다.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양국은 공통의 정치·경제적 이해를 갖고 있다. 앞으로 더욱 긴밀한 상호협력이 중요하다.

 ▶권병현=한·중 관계의 긴밀화를 ‘문명의 회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가 동방에서 발생했다. 양국 간의 협력은 동방이 다시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석우=한국 정부는 수교 당시 대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방정책을 통해 중국과의 수교를 강행했다. 중국과의 수교는 남북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그려졌다. 국내에서는 친대만 정서가 팽배해 대만과의 관계를 끊지 말라는 요구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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