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이제부터 더 높이 난다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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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신경제 기업에는 매우 힘든 시기였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신경제’ 개념은 심한 공격을 받고 있다. 환상이 깨지고 냉엄한 현실이 찾아온 지금, 우리가 배운 것은 무엇인가.

첫째, 분석가·기업가 모두 기본 경제원칙은 신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기업이라면 우수한 사업모델이 있어야 하고 결국 이윤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망한다. 이제 투자자와 분석가는 이런 명백한 진리를 더 이상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상 과열 현상은 사라졌더라도 인터넷 사업 전략을 개발하는데 힘쓰는 회사는 아직 기회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기술은 통신·쇼핑·근무·여가생활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꿨고 이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술 발전으로 미디어 기업의 사업방식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흥미롭게도 유럽은 무선전화·차세대통신 보급률이 미국보다 상당히 앞서 있으며 다른 분야도 곧 따라잡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1996년부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인터넷 사회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e유럽 액션 계획 2002’를 승인했다. 또한 유럽은 미국과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텔레콤 시장의 완전 통합과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EU 가입국의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멀티미디어 자료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럽 신세대 사업가들이 모험정신을 기르는 것도 꼭 필요하다.

필자가 일하는 베르텔스만社는 다른 미디어 기업보다 먼저 인터넷 기업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 아메리카 온라인(AOL)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우리는 항상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평가했으며 각 주가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주식을 매도해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현재 우리는 AOL·테라 라이코스社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베르텔스만의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인터넷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베르텔스만의 음악·책·잡지·TV프로그램은 디지털화돼 전세계에서 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현재 2억5천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미디어가 인터넷 사업에 특히 잘 들어맞지만 다른 어떤 분야라도 인터넷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이 분명해졌다.

한때 신경제 기업의 특성이라고 일컫던 속도·유연성·혁신·위험감수 등은 전통적 기업도 받아들여야 한다. 베르텔스만은 ‘베르텔스만 캐피털’, ‘콘텐트 네트워크’ 같은 전자상거래 그룹을 신설해 이런 장점을 받아들이려 했다. 우리는 조직 전체에 이런 새로운 기업문화를 장려했다. 이것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다.

베르텔스만이 인터넷을 받아들였듯, 인터넷 기업들도 전통적인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인터넷 증권사 찰스슈왑社는 온라인·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社가 운영하는 여행사이트 익스피디어는 오프라인 소비자를 위한 간행물을 만들었다. 신·구경제가 손잡은 가장 좋은 예는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이다.

요컨대 최신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도 기업 사활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일례로 베르텔스만은 냅스터와 제휴해 파일 공유기술을 보유했다. 우리의 핵심사업은 이 기술 덕분에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 기술은 인터넷을 통한 음반 배급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책과 여타 미디어에까지 적용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냅스터의 급성장(1년 안에 이용자가 거의 5천만명으로 늘었다)은 기업이 자사 제품을 끊임없이 변하는 역동적인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미디어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배급 통로가 TV·휴대폰·PDA로 확장됨에 따라 콘텐츠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닷컴기업·분석가·투자가에게 지난 6개월은 자성의 시간이었다. 훌륭한 사업모델을 세우고 인터넷을 이용하면 성공은 따라 올 것이다. 아직 놀라운 기회가 많이 있다. 혁신을 추구한다면 대박을 터뜨릴 기회는 여전히 열려 있다.

(필자는 유럽 최대의 미디어 기업 베르텔스만社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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