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더 클래식' 콘서트 여는 김광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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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더 클래식이 발표한 '마법의 성'은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발라드의 홍수 속에서도 유독 신선한 감동으로 팬들을 사로 잡았던 노래. 거칠지만 서정미 넘치는 음색은 동화같은 가사,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반짝였다.

7년이 흐르고, 김광진의 솔로 앨범으로 맥을 이어온 이들이 오랜만에 한 무대에서 그동안 담아 둔 삶의 흔적을 음악으로 풀어낸다. 김광진이 지난해 3집 '잇츠 미' 발매 이후 세 번째 준비한 콘서트 '영웅본색'(다음달 16∼18일. 메사팝콘홀)은 더 클래식의 나머지 멤버 박용준이 참여하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만난 김광진은 앨범 자켓사진보다 핼쑥했다. "얼마전 감기를 심하게 앓았습니다. 공연을 한 달 여 앞두고 걸린게 그나마 다행이죠". 매니저 없이 혼자 스케줄까지 챙기면서 공연 등 '본업'과 함께 일주일에 여섯개 프로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니 웬만한 체력과 열정이 아니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영웅본색'이란 공연 제목이 먼저 눈길을 끈다. "3집 수록곡 중 가장 아끼는 '히어로'란 노래에서 따왔어요. 우리사회에선 영웅이 너무 빨리 사라지죠. 차범근 감독처럼 어제는 온국민의 추앙을 받다가 오늘은 역적으로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요즘 같은 난세에 영웅에 대한 회상, 새로운 영웅을 기다리는 마음을 공연에 담았습니다".

3집은 이미 비평가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음악성이 한 층 '진일보'한 앨범이다. 타이틀곡 '편지' 등 부드러운 발라드는 물론 현대인의 고독과 사랑을 포크·댄스·팝·랩·재즈 등 다양한 음악에 담아냈다. 1·2집에 이어 박용준이 편곡과 연주를 맡아 더 클래식 특유의 맛을 더했다.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입니다.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바램을 수용했고, 무엇보다 많은 연습을 통해 보컬이 나아졌죠. 팬층이 넓어진 점도 즐겁습니다". 요즘도 그와 이메일로 꾸준히 대화를 나누는 팬이 천명 가량 된다고. 이 중엔 "우리 반에도 '광진이형'을 좋아하는 친구가 더 생겼으면 좋겠다"는 중·고등학교 팬들도 꽤 있단다.

김광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유별나다. 익히 알려진데로 그는 MBA 출신의 재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교수 등 소유했던 직함도 다양하지만 3집을 앞두고 모두 접었다. 지난해말 잠시 '재취업'하기도 했지만 이내 그만뒀단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좋은 음악만으론 대접받지 못하는 가요계 현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죠".

이번 공연에서도 "음악으로 진검승부 하겠다"는 그는 모두 23곡을 부를 예정. 박용준은 물론 더 클래식 시절부터 함께한 베테랑 연주자들이 참여 '마법의 성'에서 '편지'에 이르는 히트곡들을 원숙한 사운드로 들려준다. 빌리 조엘 특집도 기다려지는 코너. 엘튼 존과 함께 김광진의 음악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줬다는 빌리 조엘의 히트곡을 모아서 선보인다.

"팀 재결합이요? 저도 원하는 바죠. 제 솔로 앨범도 음악만 놓고 보면 더 클래식의 작품으로 손색이 없지만, 다시 '더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각자 좀 더 여유를 찾는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김광진은 올 하반기에 선보일 새 앨범이 '더 클래식 4집'이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후8시/ 17일 오후6시/ 18일 오후4시.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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