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세계화로 거듭나기 - 높이만이 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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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는 세계 청소년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러나, 성인배구시장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있다. 매경기마다 세계적인 강호들의 벽에 막혀서 패할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있다.

"높이와 신장의 열세~~"더이상 언제까지 이런말을 들어야 할까?.과연 실제로 한국선수들이 신장의 열세가 문제인가? 이것을 각 팀유형별 그리고 선수 유형별로 찾아보자.

93년도 초반 한국배구계는 성균관대가 처음으로 장대군단을 만들었다. 이것은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김병선을 축으로 윤상용,임도헌,진창욱,김상우,박종찬등 평균신장이 195cm에 육박하는 마운틴을 자랑했다. 물론 높이의 배구가 한동안 대학배구계를 호령하였다.

그러나, 한국 배구의 특성상 높이만의 배구로는 떨어지는 순발력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조직력과 스피드를 노린 팀의 특성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한국특수라는 말처럼 상무팀이 바로 해결책을 찾아준다. 상무팀은 평균신장이 190cm을 겨우 넘긴다.

이것은 입대시 신장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무팀은 매년 다크호스이고, 실제로 92년 3월 슈퍼리그 정상에 올랐다. 물론 당시 선수들은 신영철이라는 걸출한 세터를 보유한 원인도 있었지만, 장신군단인 다른 팀들을 압도하면서 전형적인 한국형배구의 신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였다. 우승 당시 다른 팀들의 높이가 그렇게 높았던 것은 분명아니었다. 그러나, 각 팀에 2m를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는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역시 스피드와 조직력으로 신장차이를 극복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거의 4년이상 평균신장 2m를 육박하는 한양대를 보자. 실제 한양대는 국내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다. 당시 한양대를 이끌었던 최태웅, 석진욱, 한희석, 손석범, 이영택, 백승헌, 이인구, 이경수까지 계보를 이었다.

한양대의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린것은 공교롭게 석진욱의 졸업공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석진욱은 현대 배구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185cm의 단신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정확한 블로킹 타이밍과 리베로를 능가하는 수비력, 그리고 탄력적인 스파이크 서브로 중무장되었다.

이것은 결국 패기만이 앞서는 선수들에게 장신화는 상승요인이기는 하지만, 한국선수들의 특성인 유연성 부족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의 현대와 올시즌의 현대를 보면 달라진 것이 하나있다. 바로 그것은 리베로의 변화이다. 지난 시즌 비록 선수부족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었지만, 국내 최장신급에 속하는 윤종일이 리베로를 맡았다.

물론 성공적이었지만, 올해 강성형이 자리를 지켜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한 것도 사실이다. 또한 196cm의 주전 평균신장이 말해주듯 높이에서의 성공을 가져왔다. 또한 단순히 높기만 하던 팀이 홍석민이라는 만능재주꾼의 가세로 한층 단단해졌다.

현재로써는 가장 이상적인 멤버구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삼성화재 역시 안정적인 팀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공격력외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단신인 레프트 공격수들이 후반에 들어서면 타점이 낮아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진식과 석진욱이 190cm에도 미치지 못하고 김세진과 신정섭만이 2m를 유지할 뿐이다. 이것이 현재 삼성화재의 아킬레스건일 것이다.

실제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배구는 높이에서 절대 열세를 보여왔던 그동안의 경기와는 달리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높이에서 밀렸다기 보다는 세기부족으로 무너진 것을 보아왔다. 대표팀의 평균신장은 2m대의 장신 4명을 보유한 최고의 마운틴 군단이었다.

결국 선수들의 신장은 정체를 보이더라도, 확실한 세기를 갖춘 장신선수를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첫 번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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