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역경 딛고 재기한 애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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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끝, 행복 시작.'

부상과 불운이 겹쳐 깊은 부진에 빠졌던 앤드리 애거시(31.미국)가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정상에 오르며 힘찬 재기의 나래를 폈다.

애거시는 28일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신예' 아르노 클레망(프랑스)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치고 우승, 지난해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99년 프랑스오픈과 US오픈에 이어 2000년 호주오픈을 휩쓸며 라이벌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제치고 남자 테니스계를 평정했던 애거시의 불운은 지난해 윔블던 4강 에서 탈락한 뒤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치면서 시작됐다.

제대로 훈련하지 못해 US오픈에서 2회전 탈락하는 등 출전하는 투어 대회마다 초반 탈락의 부진을 거듭하던 애거시는 '설상가상'으로 어머니와 누이가 동시에 유방암에 걸렸다는 슬픈 소식마저 겹쳐 시드니올림픽에도 나오지 못했다.

부상이 거의 완쾌된 이후에도 심적 후유증 탓인지 예전의 위력적인 톱스핀 서비스와 트레이드마크인 번개같은 다운더라인 패싱샷을 회복하지 못한 애거시는 결국 지난해를 톱랭커답지 않은 평범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애거시는 디펜딩챔피언임에도 이번 호주오픈에서 톱시드가 아닌 6번시드를 받았고 자신의 나이와 지난해의 부진을 고려할 때 올시즌 성적이 선수생활에 분수령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배수의 진을 치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

이러한 각오를 증명하듯 애거시는 무기력했던 지난해와 달리 상대를 압도하며 가볍게 8강을 통과했고 준결승에서 최대의 고비인 패트릭 라프터(호주)를 만났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두고 결국 정상에 서고야 말았다.

대회 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다는 애거시는 "불행의 긴 터널을 통과한 끝에 이뤄낸 우승이라 감격이 더하다"며 "세계랭킹 1위를 되찾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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