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캠퍼스] 대학별 입시, 입학처장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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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2013학년도 전형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올해 입시에는 ‘수시모집 지원횟수 6회 제한’이 적용돼 상당수 대학들이 전형방법에 변화를 줬다. 복잡해져만 가는 입시제도 속에서 8월부터 시작되는 원서 접수를 앞두고 지원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학생·학부모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가 ‘열려라 캠퍼스’를 마련한 이유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대학입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첫 번째 기획으로 대학별 입학처장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한다. 기자가 대학 입학처장을 만나 올해 입시에서 변화된 점과 전형별 합격선·지원전략·당락변수를 공개한다. <편집자주>

고려대 이재원 교수 수시 논술 시간·난이도 조정 … 다음달 9일 모의 논술서 윤곽

고려대 이재원 입학처장은 “신설된 OKU미래인재 전형 1단계에서는 학생부 교과성적 없이 비교과활동을 중심으로 합격생을 추린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65.9%였던 수시모집 비율을 68.8%로 늘려 2866명을 선발한다. 학교장추천 전형 선발인원이 70명 증가했고, 80명 정원의 OKU미래인재 전형을 신설했다. 이재원(51·통계학과 교수) 입학처장은 “학교장추천 전형의 경우 한 학교에서 인문·자연계 각각 2명을 추천 받기로 하면서 경쟁률과 내신합격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정시에서는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능 수리·과학탐구 반영비율을 높였다.

-일반전형 우선선발에서 논술 비율을 줄였는데.

“논술비중을 10% 줄여 70% 반영한다. 지난해 입시결과를 보니 우선선발에서 논술고사로 부족한 내신성적을 보완해 합격한 경우가 인문·자연 각각 80%와 60%였다. 내신의 영향력이 너무 낮았다. 올해는 우선선발에서 논술비율을 낮췄으니 그 확률도 5~10% 정도 줄지 않겠나. 일반선발의 경우 합격생의 60% 정도가 논술고사로 당락을 뒤집었다.”

-일반전형의 경쟁률과 합격생들의 내신성적은.

“2012학년도 경쟁률은 53.65대 1이었다. 일반선발은 66대 1이었지만, 우선선발의 경우엔 11대 1로 경쟁률이 낮아졌다. 지난해 이 전형 합격생들의 평균 내신은 인문계 2.54등급, 자연계는 2.45등급이었다. 우선선발의 경우 2.75등급 정도였다.”

-논술 시험 방법과 출제경향에 변화가 있나.

“논술시간을 20분 줄여 100분 동안 시험을 치른다. 지난해 2과목을 선택해야 했던 과학논술을 1과목 선택으로 바꾸면서 시험시간을 줄였다. 자연계 모집단위 지원자들은 수학 1문제와 과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중 택1) 1문제를 선택해 풀면 된다. 모집단위에 따라 과학과목을 지정할 수도 있다. 인문계 논술 형식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시험시간이 줄어들었으니 제시문 분량을 줄이거나 난이도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음 달 9일 치러지는 모의논술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학교장추천 전형을 단계전형으로 바꿨는데.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니 시간이 부족했다. 올해는 1단계 서류로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심도 있는 면접을 진행할 생각이다. 지원자들에게 문제를 제시한 뒤 5~7분 정도 준비할 시간을 주고, 5~7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인문계는 제시문을 읽고 답하는 방식이고, 자연계는 수학·과학 문제를 풀릴 것이다. 1단계를 통과하려면 내신 1.5등급 정도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OKU미래인재 전형은 어떤 학생들을 위한 것인가.

“1단계에선 비교과 활동실적을 주로 본다. 고교과정에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했거나 논문을 쓴 학생, 봉사를 꾸준히 해온 학생에게 유리하다. 자신의 활동내역을 정리한 미래인재우수활동요약서와 자기소개서가 주된 평가대상이다. 학생부 교과성적은 2단계에서 본다.”

- 그 전형단계에서 진행하는 강의리포트는 뭔지.

“20~30분 동안 강의를 듣고 강의내용을 요약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적은 리포트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면접은 25분 동안 진행되는데, 서류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물어볼 예정이다.”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최종 불합격된 비율은.

“일반전형 12.5%, 학교장추천 전형 25%, 자기추천 유형1·2 각각 47.7%와 39.2%의 학생이 합격권에 들고도 수능성적 때문에 탈락했다.”

-올해 정시모집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연계 모집단위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변화다.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 반영비율을 늘렸고, 우선선발에선 언어영역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수학·과학 우수자에게 유리하다. 자연계의 경우 올해는 제2외국어와 한문을 탐구과목으로 대체할 수 없다.”

연세대 박승한 교수 창의인재 트랙 전형, 교수·학생 1대1 면접으로 자질 평가

연세대 박승한 입학처장은 “올해 입시에서는 모집단위를 먼저 정한 뒤 지원트랙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지원방식에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특기자 전형 중 하나였던 글로벌리더 트랙(정원 350명)을 폐지했다. 대신 일반전형 일반트랙의 모집인원을 307명 늘려 1140명을 뽑는다. 입학사정관 전형인 진리자유 트랙의 명칭은 ‘학교생활우수자 트랙’으로 변경됐다. 박승한(54·물리학과 교수) 입학처장은 “학교생활우수자 트랙의 경우 1단계에서 교과성적만으로 전형하는 만큼 학생부 교과성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시모집의 경우 모집단위를 먼저 선택한 뒤 지원할 전형·트랙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지원방식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지난해까지는 지원트랙을 정한 뒤 모집단위를 선택했다. 그러나 올해 입시에선 모집단위를 우선 정한 뒤 자신이 지원할 트랙을 선택해야 한다. 모집단위 선택은 최대 2개까지 가능하다. 경영학과와 영문학과를 선택한 뒤 경영학과는 일반전형 일반트랙에, 영문학과는 학교생활우수자 트랙에 지원하는 식이다.”

-수시 일반전형 논술고사 일정과 출제경향에 변화가 있나.

“없다. 올해도 수능 전인 10월 6일에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일반적으로 6만 명이 지원하는데, 수능 이후에 논술고사를 치를 경우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다. 인문·사회계열은 3~4개의 제시문을 주고, 논지를 분석하는 능력과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피력할 수 있는지를 본다. 수리·통계, 과학과 관련한 제시문이 주어질 수 있다. 자연계는 수학·과학 관련 문제가 각각 1~2개씩 주어지는데, 창의성을 주로 평가한다. 시험시간은 인문·사회계열 120분, 자연계열은 150분이며, 논술로 내신 2~3등급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의 논술 시험문제가 다른데.

“국문학과와 영문학과를 모두 일반전형으로 지원했다면 인문계열 논술에 한 번만 응시하면 된다. 그러나 인문계열인 국문학과와 사회계열인 경영학과를 일반전형으로 지원한 경우 인문계열 논술과 사회계열 논술에 모두 응시해야 한다.”

-학교생활우수자 트랙 전형방식에는 변화가 있나.

“기존 진리자유 트랙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1단계에선 교과성적만으로 전형하는데, 지원자 대부분이 1~1.5등급의 내신성적을 갖춘 학생들이다. 2단계에선 교과성적을 고려하지 않고, 서류평가 결과만으로 모집인원의 50% 내외를 우선선발한 뒤 나머지 모집인원의 일정배수를 면접대상자로 발표한다. 면접은 인성·서류확인 면접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창의인재 트랙의 에세이 시험문제가 화제가 됐다.

“문제에서 주어진 특정 상황에서 수험생이 어느 정도의 창의성을 발휘해 나가는지를 평가한다. 2단계에선 우선선발대상자와 일반선발대상자를 나눠 발표하는데 우선선발대상자는 일반면접을 하고, 일반선발대상자의 경우엔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심층면접의 경우 정해진 문제도 없고, 답도 없다.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는 지원자는 생물학과 교수가 면접에 참여해 제출서류의 진위를 검증하고, 진정한 ‘매니어’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를 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신성적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창의인재 트랙과 IT명품인재 트랙의 인재상엔 어떤 차이가 있나.

“창의인재 트랙이 매니어적 자질을 평가한다면 IT명품인재 트랙은 IT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선발한다. IT명품인재의 경우 수학·과학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뽑힌다.”

-특기자 전형 과학인재 트랙 전형방식에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지난해 2단계 면접구술시험을 수학·과학 창의성 면접으로 바꿨다. 기존 면접구술시험의 경우 수학·과학 관련 문항을 풀이할 것을 요구했지만, 창의성 면접에선 수험생들의 사고력 수준이 주된 평가요소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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