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충동 시달리는 청춘 … 구원은 어디에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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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로랑 구넬은 ‘행복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행복이란 자신의 내부로부터 비롯되지만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해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진 열림원]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1821~67)는 어느 편지에 이런 말을 적었다. “나는 자살을 하렵니다. 나는 남들에게는 쓸모가 없고 나 자신에게는 하나의 위험이니까요.”

 19세기 프랑스 보헤미안 문화에서 자살은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그 몹쓸 상징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서, 애꿎은 청춘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곤 한다.

 저 딱한 청춘도 보헤미안의 후예임에 틀림없다. 스물네 살의 앨런 그린모어. 그는 지금 프랑스 파리 에펠탑 위에 서 있다. 이 젊은 사내는 탑 아래로 뛰어내릴 참이다. 목표도 의미도 상실한 삶. 사내는 망설이지 않는다. 발 아래 죽음이 있다. 한 발 더….

 청춘의 쓸쓸한 자유죽음이 집행되려는 순간, 이브 듀브레유라는 노(老)신사가 불쑥 나타난다. 그러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줄 테니 계약을 맺자”고 제안한다.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줄 테니 시키는 대로 다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청년은 노신사의 손을 잡았고, 이 때부터 삶을 개선하기 위한 심리치유가 시작된다.

 이 장면은 프랑스 소설 『신은 언제나 익명으로 여행한다』(열림원)의 도입부다. 심리치유 소설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로랑 구넬(Laurent Gounelle·46)의 두 번째 장편이다. 소설은 스물넷 앨런이 노신사 이브의 가르침을 따라 왜곡된 삶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일종의 미스터리 장르적 기법으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면서, 심리학의 각종 이론들을 이야기에 녹였다.

 이 소설은 현재 프랑스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랑 구넬과 e-메일로 문답을 주고 받았다.

 -심리치유 소설이란 장르를 개척했다.

 “에세이나 실용서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은 가슴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다.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는 동안 심리치유에 필요한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익히게 된다.”

 -심리치유 소설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행복은 내면에서 오는 것이다. 내 소설이 사람들의 내면과 영혼을 이해하는 일에 답을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인공 앨런은 사실 많은 현대인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앨런은 이른바 뛰어난 ‘스펙’으로 무장했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에 본질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아마도 직장 상사에게 하고픈 말을 꾹꾹 눌러 삼키는 앨런의 모습에선 고개를 끄덕일 이들이 많을 게다.

 -앨런에 감정이입이 잘 됐다.

 “앨런은 부모가 정해준 길만 따라 간 인물이다. 이런 인물은 주변에 흔하다. 나도 철저히 불행해져 본 뒤에야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브 듀브레유는 도전과 한계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결정적인 반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브는 앨런에게 새로운 삶의 지침들을 마련해주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전해주지 못한다. 앨런은 삶의 최고 가치를 스스로 깨닫는데,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어디 앨런만의 문제랴. 대한민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다. 연평균 10만 명당 31명이 자살한다. 로랑 구넬은 자살을 고민하는 한국의 앨런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여러분의 인생을 만드는 것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남들보다 우월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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