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 릴레이 … “풀이 살아나 다시 붙어” “부정 70%,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는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경선 부정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던 이들의 말은 일반인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이들이 볼륨을 높일 때마다 진보진영 안에서조차 ‘궤변(詭辯·Sophism)’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선동 의원의 ‘살아난 풀’은 비판을 넘어 조롱거리가 됐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사회자가 “투표함에서 여러 장이 붙어 있는 뭉텅이 투표용지가 발견된 것”에 대해 지적하자 “풀이 다시 살아나 다시 붙어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개 투표소에서 2~6장의 투표용지가 노란색 끈끈이에 접착돼 붙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혹시 형상기억 투표지가 아닐까”라며 비꼬았고, “그런 풀이 있으면 동업합시다”라는 네티즌이 잇따랐다.

 옛 당권파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인도 못지않았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세상에 100% 완벽한 선거가 어디 있느냐”며 “부정이 (전체의) 70%,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통합진보당은 천상의 정당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커닝하다 들킨 수험생이 ‘70%, 50%를 커닝한 것도 아닌데 시험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들은 뭐라 말할까”라고 비판했다.

 북한 핵·인권·3대 세습에 대한 물음에 회피하면서, 옛 당권파가 쏟아놓은 말푸대도 풍성하다. 이석기 당선인은 “종북(從北) 운운하는데 종미(從美)가 훨씬 심각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상규 당선인은 MBC 100분토론에서 북한 핵·인권·권력세습에 대해 질문을 받고 “평양의 콘크리트는 회색이고, 술병을 옆으로 들면 흐를 정도로 병마개 기술이 허술했다”며 끝까지 말돌리기를 하다 비난을 받았다.

 가장 많은 말을 남긴 사람은 이정희 전 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부정이 아니라 부실”이라는 논리로 진상조사단의 부정 경선 진상 조사 결과 발표(2일)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태의 조기 수습이 가능했던 전국운영위(4일)에선 당권파가 역부족인 상황에 몰리자 의장 신분으로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일까지 했다. 이 바람에 점점 코너에 몰리자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당 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땠을까? 많은 의혹과 여론의 뭇매를 맞으셨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발언으로 그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는 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에 대해서도 “그 조직의 실체가 무엇인지, 당 대표인 지금도 알지 못한다”고 해 거짓말 논란까지 자초했다. 지난 13일 트위터에 그는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도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무능력의 죄’에 대해 모든 매를 다 맞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과 동떨어진 인식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거다.

 김재연 당선인은 한 인터넷방송에서 “의도적으로 국가보안법을 어기려 했고, 그것이 자랑스럽고 나의 스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요구에 대해 “내가 날아가고 나면 또 다른 괴물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 상황은) 조중동으로 표현되는 세력들의 그림대로 차례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내놓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