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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 후보 누르고 경쟁작 22편에 두 작품이나 선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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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포토콜에 응한 ‘돈의 맛’ 제작진. 왼쪽부터 배우 김강우·김효진, 임상수 감독, 배우 윤여정·백윤식. [칸(프랑스) 로이터=연합뉴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과연 수상의 주인공이 될까.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향배 못지않게 ‘두 상수’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작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는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심사위원상, 각본상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트로피를 품에 안은 바 있다.

수상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 영화 5편이 올해 칸에서 거둔 수확은 기념비적이다. 우선 비공식 부문 중 하나인 비평가 주간에서 선보인 신수원 감독의 단편 ‘순환선’이 카날플뤼 상을 안으면서 한국 단편 영화의 잠재력을 새삼 보여줬다. 유럽 최대 규모 케이블 방송사인 카날플뤼(Canal+)가 주는 이 상 수상작엔 6000유로(약 900만원) 상당의 차기작 지원금과 더불어 카날플뤼 배급 채널을 통해 유럽 전역에 소개되는 특전이 주어진다.

수상은 못했지만 또 다른 비공식 부문인 감독 주간에 선보인 두 편도 한국 영화의 다양한 외연과 함량을 입증했다. 허진호 감독의 시대멜로극 ‘위험한 관계’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다.

한·중 합작 ‘위험한 관계’는 팽창 일로에 있는 거대한 중국 영화시장에서 한국 감독과 배우가 각별한 경쟁력이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와호장룡’의 장쯔이(章子怡·장자이), ‘파이란’의 장바이츠(張柏芝·장백지)가 장동건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칸에 초청된 ‘돼지의 왕’은 과거 애니메이션 하청 왕국으로 일컬어지던 우리나라가 창작에서도 남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걸 웅변했다.

이런 수확이 아니더라도 세계 최고 영화제 경쟁 부문에 두 편을 진출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주목할 만한 성취다. 경쟁작 두 편이 동시에 간 건 박찬욱의 ‘올드보이’와 홍상수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이창동의 ‘밀양’과 김기덕의 ‘숨’(2007), 이창동의 ‘시’와 임상수의 ‘하녀’(2010)에 이어 네 번째다.

세계 100여 개국 수천 편의 후보작 중 고작 22편이 경쟁작으로 엄선됐는데, 우리 영화가 그중 2편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2000년대를 거치며 높아진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 등이 부러움과 시기의 눈으로 바라볼 만하다.

특히 홍상수 감독이 올해 거둔 수확은 유의미하다. ‘다른 나라에서’의 공식 상영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홍상수 특유의 유머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종영 후 반응도 썰렁했고 의례적이었다. 박수도 1분을 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으며 4분여의 진심 어린 갈채가 뒤따랐다. 홍상수 영화를 즐기는 층이 한층 더 두터워진 것이다.

프랑스 평단의 평가가 다소 낮아진 반면 영미권이 상대적으로 호평한 것도 큰 수확이다. 특히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이나 뉴욕 타임스가 4점 만점에 3점을 부여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적 감독’이라는 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국을 비롯한 보다 폭넓은 세계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호기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판매실적도 눈길을 끈다. 그리스?키프로스?브라질?멕시코?스페인?일본 등에 판매됐다.

칸(프랑스)=전찬일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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