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2월 장진호는 지옥이었다. ‘괭~괭~’ 꽹과리를 울리며 밤마다 중공군이 밀려왔다. 눈보라와 강풍. 탈출로 1㎞ 뚫는 데 3시간이 걸렸다. 총탄에 쓰러지고, 혹한에 얼어붙었다. 서른 넷 나이에 나라 지키러 온 나 이갑수 일병. 골짜기에 쓰러지자 4살 영찬이와 7살 숙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전날 내린 눈이 포근히 감싼다. 그리고 전우들과의 긴 잠…. 50여 년 만에 미군이 나를 깨워줬다. 열여덟살 김용수 일병 등 12명이 잠에서 깨어났다. 미군의 손에 들려 하와이로 갔다 한국의 가족을 찾았다. 25일 서울공항. 21발의 조포가 울리고,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우리를 맞아준다. 아! 62년 만의 귀향이다. 바람이 포근하다. 우리가 희생할 가치는 충분했던 거다.
“조국 지키다 이제 왔습니다” 이갑수 일병 62년 만의 귀국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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