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0만원! 여성 연봉 1위 기업은 금융권 아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기업 여성 연봉 순위는 남성 랭킹과 확연히 달랐다. 1위는 평균 7100만원을 주는 현대자동차였다. 남성 평균(9000만원)의 79% 선이다. 이 회사 남성 직원 평균 근무 연수가 17.8년으로 여성(12.2년)보다 고참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남녀 간에 임금격차가 없는 셈이다. 현대차 허정환 이사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힘든 생산라인에는 여성이 거의 없고 대부분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사무직에서 근무하다 보니 여성의 평균 임금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에서 일하는 여직원은 모두 2442명으로 이 중 생산·정비직은 184명뿐이다.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여성의 급여가 높았다. 기아자동차(6400만원)가 88개 대기업 중 3위, 현대모비스(5700만원)가 6위였다. 삼성전자는 여성이 평균 5350만원(11위), 남성은 8860만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여성들이 생산 라인에서 많이 일하고 있다. 이 업체는 생산직 여성 수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전체 88개 기업의 여성 평균 연봉은 4270만원으로 남성 평균 7002만원의 61%였다. 평균 근무 연수는 남성이 12년, 여성이 7.7년이었다. 대기업 남녀 간 임금 격차에는 이런 근무 기간의 차이 때문에 생긴 부분도 있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유통업체가 제일 심했다. 여성 평균 임금(2090만원)이 남성(3191만원)의 43%에 불과했다. 매장에서 상품 진열 같은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이 많다 보니 생긴 일이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장년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편은 은퇴하고 자녀들은 청년 취업난에 좀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주부들이 생활비를 벌려고 나서는 것이다.

 고액 연봉 직종의 대명사인 금융 쪽도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컸다. 평균적으로 여성(4800만원)이 남성(8460만원)의 57%를 받는 데 그쳤다. 남성 연봉 1위인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여성 평균 연봉은 6200만원으로 남성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성별 연봉 격차는 8200만원에 달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또한 남성은 8900만원으로 전체 순위 7위였지만 여성은 그보다 5300만원 적은 3600만원으로 51위에 그쳤다. 외환은행(차이 4500만원)과 삼성화재(4200만원)도 남성과 여성 간에 급여 차이가 많았다. 금융회사들이 남녀 임금 격차 상위를 줄줄이 차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보실 정한용 부장은 “고액 연봉을 받는 사무직이나 영업직은 주로 남성이고 여성은 대부분 계약직 창구 직원(텔러)이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근속 연수도 남성보다 짧다는 점 역시 작용했다”고 말했다. 통신업종은 남성에 대한 여성 임금 비율이 72%로 가장 격차가 적었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