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일 다툼 꼬인 매듭 풀리나

중앙일보

입력

포항제철과 현대강관의 핫코일 공급을 둘러싼 철강분쟁이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과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두 거대기업간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서 철강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철강경기 하락과 선진국들의 반덤핑 제소 움직임 등 철강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데 소모적인 분쟁으로 힘을 낭비하고 있다" 면서 "하루 빨리 양사가 원만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고 말했다.

◇ 포철.현대 왜 싸우나〓양측의 공방은 포철이 현대강관에 자동차용 냉연강판 원료인 핫코일 공급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포철은 당초 현대강관에 자동차강판용 핫코일을 주지 못하는 이유로 ▶다른 고객들에 줄 물량을 축소할 수 없고 ▶공급과잉인 냉연업계 구조조정에 역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강관이 자동차강판 공급 경쟁자로 성장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현대강관은 국내 자동차강판 최대수요처(연 2백50만대 생산)인 현대.기아차의 계열사다. 따라서 현대강관이 냉연강판 공급물량을 늘릴 수록 포철이 현대.기아차에 냉연강판을 판매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포철은 현대.기아차가 냉연강판 구매량을 지난해 1백3만t에서 올해 49만5천t으로 줄였는데, 현대강관에 핫코일을 공급하게 되면 전체 물량을 자체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제철 유병창대변인은 "현대의 요청은 포철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포기하고 경쟁자(현대강관)의 원료공급업체로 전락하라는 주장" 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강관의 자동차용 강판생산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차그룹내에서 자급자족 하려는 재벌 논리" 라고 말했다.

◇ 정부.재계 중재 나서〓신국환 산자부장관은 18일 "기업의 소모적인 분쟁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 이라면서 "포철과 현대측의 철강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다" 고 말했다.

辛장관은 "정부가 실무진들과 접촉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양측 최고경영진을 직접 만나 타협을 이끌어내겠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자부는 양측 기업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사안이어서 타협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도' "전경련 회장단 멤버인 정몽구.유상부 회장을 직접 만나 재계의 단합과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한발씩 양보토록 권유하겠다" 고 말했다. 孫부회장은 '설 연휴가 끝난 뒤 두 회장을 각각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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