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홀 개막 독주회 한 박지혜, ‘목궁 신동’ 장동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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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TED 글로벌 오디션은 세계 14개국을 돌며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등을 거쳤고, 이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끝난다. 23일 열린 서울 오디션은 이 중 여덟 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세 번째였다. 참가자는 총 17명으로 인터넷으로 응모한 70여 명 가운데 1차 동영상 심사로 선발했다. 이들에겐 1인당 6분씩 영어로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다.

 멀티미디어 검색 전문업체 엔써즈의 미국 지사장인 셔먼 리는 시청각지능(audiovisual intelligence)을 이용해 동영상을 검색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존 검색기술은 동영상에 포함된 키워드를 근거로 동영상을 찾았다. 이 때문에 같은 동영상이 수없이 중복돼 검색됐다. 반면에 새 기술은 키워드가 아닌 이미지 자체의 특성을 분석해 보다 정확한 동영상을 중복 없이 찾아낼 수 있다. 동영상을 초당 4~5프레임씩 나눠 분석한 뒤 10초 이상 중복되는 이미지가 있으면 같은 동영상으로 치는 방식이다.

 한국외국어대 2학년(영어·중국어 복수전공)에 재학 중인 탈북자 출신의 이현서(32)씨는 경험담을 소개하며 탈북자들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다. 이씨는 17세 때 홀로 북한을 탈출했다. 이후 10년 넘게 중국에서 숨어 지내다 2008년 한국에 왔다. 이씨는 “중국에서 느꼈던 이질감 못지않게 한국에 와서도 큰 문화적·언어적 차이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최연소 참가자인 장동우(15·서울 신사중3)군은 직접 만든 활을 들고 나왔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 활을 깎기 시작했다는 장군은 “처음 혼자 만든 활이 한국의 전통 목궁(木弓)과 똑같이 닮은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며 ‘문화적 DNA’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음악·미술 분야 참가자도 여럿 눈에 띄었다. 지난해 미국 카네기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즌 개막 독주회를 가졌던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27)씨, 압축 스티로폼 형상 위에 360도 방향에서 찍은 수백 장의 사진을 붙여 작품을 만드는 ‘사진조각가’ 권오상(38)씨 등이다.

 TED는 이들의 오디션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함께 온라인 투표에 부칠 계획이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톱 50’이 내년 미국 롱비치에서 열리는 ‘꿈의 무대’에 서게 된다.

◆TED 18분의 마법=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 이름 그대로 첨단 기술과 지식·예술·디자인 분야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행사다. 콘퍼런스 강연자는 18분 이내에 프레젠테이션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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