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장사 없네 … 원자재펀드도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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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고공행진을 하던 원자재 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원자재 펀드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는 흔히 대안투자 자산이라 불린다. 주식이나 채권 가격과는 다르게 움직여서다. 하지만 유럽 위기에 원자재 가격도 함께 타격을 받으면서 대안투자상품 노릇을 못하고 있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금·석유·금속 실물과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국내 대부분의 원자재 펀드가 원금을 까먹었다. 운용자산 10억원 이상의 36개 원자재 펀드 3개월 수익률(22일 기준)은 전부 마이너스였다. 1년 수익률도 5개 펀드를 제외한 31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수익률이 -23%까지 내려간 펀드도 있었다. 돈도 빠져나갔다. 21일 기준 최근 한 주간 60억여원이 원자재 펀드에서 유출됐다.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던 금 펀드도 예외가 아니다. 이기간 동안 8억여원이 유출됐다. 최근 증시가 하락하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 9000억원이 들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76% 내린 온스당 1576.3달러였다. 지난 16일에는 온스(31.1g)당 1536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석 달 전인 2월 중순에는 1715달러에 거래됐다. 은 값도 연초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알루미늄(-1.44%)·콩(-1.17%)·원유(-10.89%)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값이 올 들어 크게 떨어졌다. 주요 원자재 관련 기업 주가도 약세다.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과 셰브론 주가는 연초보다 각각 3.21%, 6% 내렸다. 또 영국 정유회사 BP(-14%), 미국 금광회사인 배릭골드(-15.6%), 호주 광산업체 BHP( - 6%)도 일제히 내렸다. 

  원자재 값은 세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에 휩싸인 유럽 경제가 가라앉았고, 여기에 수출하는 아시아 국가 경기도 직접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업체가 원자재 수입 관련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는 곧 중국 성장 정체를 뜻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이다. 세계 철광석의 약 60%를 소비한다.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이기도 하다. 

 당분간 원자재 펀드 수익률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시장이 기댈 언덕은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이라며 “하지만 중국 당국은 성장률 둔화를 큰 위험이라 여기지 않고 강한 경기부양 의지도 없어 원자재 가격이 곧 회복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부부장은 “원자재는 과거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요즘에는 같이 움직인다”며 “하반기 이후 유럽 위기가 해결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가격이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부부장은 “자산이 많다면 배분 차원에서 금 투자는 고려할 수 있겠지만 그 밖의 원자재 펀드에 투자했다면 손절매를 하고 당분간 새로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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