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가치 과대평가” 모건스탠리 보고서 상장 전 기관에 전달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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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가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종전보다 낮게 평가하고 일반 투자자보다 기관에 먼저 알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한 투자자가 미국 뉴욕 JP모건 체이스 본사서 페이스북 투자 안내서를 들고 있는 모습. [뉴욕=블룸버그]

인터넷 세상에서 페이스북은 전 세계 9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강력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이다. 이런 페이스북이 주식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상장 사흘째인 22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전날보다 8.9% 떨어진 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은 10.99%나 급락했다. 상장 직후 주가(시초가)는 42.05달러로 시가총액은 1150억 달러였다. 그러나 22일까지 시초가보다 26.3% 폭락하며 몸값은 848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사흘 새 302억 달러(약 35조4000억원)가 사라졌다.

 ‘페이스북 쇼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일단 기업공개(IPO)를 맡았던 모건스탠리가 지목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상장 전 마지막 기업설명회에서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하향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이를 일반 투자자보다 기관이나 펀드매니저에게 먼저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페이스북 기업가치가 사실상 과대평가 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의혹에 대해 미국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릭 케첨 미 금융산업규제청장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모건스탠리는 미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와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수급 여건도 좋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막판에 공모주 규모를 25%나 늘렸다. 상장 전 페이스북에 투자해 주식을 확보했던 골드먼삭스나 타이거펀드 등은 상장이 되자마자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가 급락의 근본 원인은 지나치게 주가가 높다는 인식이다. 페이스북은 주가수익비율(PER)이 74배에 이른다. 애플(14배)의 5배가 넘는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미국 리서치회사인 피보텔리서치그룹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위세르는 페이스북의 목표주가를 30달러로 제시하며 ‘매도’를 추천했다.

페이지

 페이스북이 주식시장에서 주춤하자 경쟁업체인 구글도 ‘페이스북 흔들기’에 나섰다. 구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래리 페이지(39)가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강하게 비난했다. 페이지는 미 공영방송인 PBS의 대담 프로그램 ‘찰리 로즈쇼’에 21일(현지시간) 출연해 “페이스북은 그들의 사용자를 인질(hostage)로 잡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사용자 관련 데이터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콘텐트 대부분이 구글로는 검색이 되지 않도록 막혀 있는 상태인 점을 짚은 것이다. 페이지는 “만일 우리가 페이스북이었다면 정보를 공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페이스북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구글의 데이터 접근을 막는 것과 관련해서도 “구글은 막아놓고, 야후에는 이미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인터넷 업계의 맏형 격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구글의 적수가 못 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매출 37억 달러(약 4조3000억원), 순이익 6억6000만 달러를 기록한 데 비해 구글은 380억 달러 매출에 97억 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또 SNS 중심인 페이스북과 달리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안드로이드), 동영상 서비스(유튜브), 웹브라우저(크롬) 등 스마트 기기를 직접 생산하는 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정작 구글이 염려하는 건 9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탄탄한 가입자 층이다. 이 중 절반은 페이스북을 매일 사용한다. 가입자 중 미국인이 1억5700만 명이다. 미국 인구(3억1360만 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페이스북도 구글을 두려워한다. 페이스북은 구글에 자사의 데이터를 공개할 경우 구글이 자체 소셜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페이스북의 존립 기반을 흔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게 외신과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두 회사는 서로의 시장을 조금씩 파고들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SNS 기능을 한껏 강화한 구글플러스를 내놓았다. 페이스북도 대만의 HTC와 손잡고 페이스북폰 제조에 나섰다. 최근엔 구글의 아성인 검색시장 진출설도 나온다.

이수기·고란 기자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 주가가 적절한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수치가 다른 주식보다 높으면 현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받는 벤처 기업들은 대체로 PER이 높다. 지금은 이익을 많이 못 내지만 머지않아 이익이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비싼 값에라도 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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