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이용하는 당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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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왼쪽에 노회찬 당선인, 오른쪽에 오병윤 당선인이 앉았다. 22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청사 로비 1층에서다. 노 당선인은 비당권파, 오 당선인은 당권파가 만든 당원비대위원장이다. 이들과 통합진보당 당선인 8명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기 위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일렬로 앉아 연좌농성을 펼쳤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뒤섞였다. 연좌농성엔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재연 당선인과 비당권파 리더인 심상정 전 공동대표도 보였다. 이석기 당선인은 보이지 않았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통합진보당 내부의 ‘공동대응’을 불러온 셈이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인은 다소 시간을 벌었다. 이들에 대한 출당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이날 두 당선인 출당 문제와 관련해 “다른 급한 대응(검찰 압수수색)을 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당권파 측은 “강 위원장이 내일(23일) 출당 문제를 결론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당권파 측은 원래 21일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출당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양상이다. 비당권파 측에선 “일단 검찰 수사에 맞서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권파 측은 이 기회를 틈타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21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는 과정에서도 당권파 측인 한대련·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당원비대위 측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원비대위 관계자는 “당 내부 단결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석기·김재연 당선인에 대한 출당 조치가 이뤄진다면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안 된다’는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혁신비대위 측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혁신비대위 측 관계자는 “검찰의 개입으로 국민이 원하는 자정노력을 기울일 기회가 날아가버려 혼란만 가중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대응은 같이 하되 내부 당 혁신에선 따로따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김 당선인 등에 대한 출당 조치를 물리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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