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도 깨진다, 살벌한 매치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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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1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절친 아사하라 무뇨스(25·스페인)와 모건 프리셀(24·미국)은 준결승에서 만났다. 평소 느린 두 선수가 함께하니 플레이는 한없이 늘어졌다. 프레셀이 13번 홀에서 티샷을 하는데 57초가 걸려 슬로플레이 벌타를 받았다. 프레셀은 “둘 다 느린데 왜 나만 벌타를 받느냐”고 항의했다. 화가 난 프레셀은 15번 홀에서 무뇨스가 자신의 퍼트 라인을 건드렸다고 신고했다. 비디오 판독을 거쳐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다. 프레셀은 15~17번 홀을 잇따라 져 역전패했다. 무뇨스는 경기 후 “미안하긴 하지만 내가 프레셀이 홀을 잃도록 만든 적은 없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맞붙어 한 명이 탈락하는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 20일 유러피언투어 볼보 매치플레이 결승에서도 그랬다. 평소 친한 그레이엄 맥도웰(33·북아일랜드)과 니콜라스 콜사르츠(30·벨기에). 13번 홀에서 티샷을 숲으로 날려보낸 맥도웰이 스코어보드가 비구선을 가린다는 논리를 내세워 무벌타 드롭을 받자 콜사르츠가 “얼토당토 않은 판정”이라고 항의했다. 두 선수는 경기 후 손만 대충 건드리는 악수를 했다.

 2009년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연세대 동기인 유소연(22·한화)과 최혜용(22·LIG)은 연장 9개 홀까지 27홀을 돌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KGT 먼싱웨어 챔피언십에서는 절친한 선후배인 홍순상(31·SK텔레콤)과 박상현(29·메리츠금융)이 경기 전 “스포츠맨십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고 해 놓고는 어린이도 넣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면 서로 컨시드를 주지 않았다. 프로골프협회 관계자는 “매치플레이 대회가 끝나면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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