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저소득층 아이에게 유일한 희망, 교사가 나서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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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변해야 학교가 산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의 비키 필립스(53·미국·사진) 교육국장은 21일 경주에서 연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교육장관 출신으로 40억 달러(약 4조6700억원)에 달하는 재단의 교육기금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필립스 국장은 “아이들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교사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경주에서 개막한 APEC 교육장관회의의 부대행사 중 하나로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김태완)이 주최한 국제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 왜 교사가 중요한가.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것은 교육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빈민가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학교다. 자퇴하는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 두고 빈민가 아이들의 실력을 끌어올려 주는 등 이 모든 게 교사에게 달려 있다.”

 - 재단은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게이츠재단이 미국에서 하는 사업은 교육 분야뿐이다. 40억 달러의 기금으로 44개 주정부와 협약을 맺고 학교 개혁을 하고 있다. 재단이 제시하는 학업기준(academic standard)을 충족한 학교에 예산을 지원한다. 이 기준에 따라 학교는 맞춤형 교원평가로 수업의 질을 높이고 뛰어난 교사에게 승진 기회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

 - 교육기부 같은 공헌 활동을 활성화하려면.

 “개인의 성공 은 자신이 속한 사회 제도를 떠나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에 일종의 빚을 진 셈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사회 환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식이 많이 확대돼야 한다. ”

 - 최근 한국에서는 학교폭력이 큰 이슈가 됐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 역시 교사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탈선하는 것은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율성을 주고 건전한 또래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교사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경주=윤석만 기자

◆빌&멀린다 게이츠재단=2000년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따 설립된 세계 최대 자선단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료 보급과 빈곤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워런 버핏의 참여로 재단 운영기금이 모두 380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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