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 손연재, 올림픽 액땜 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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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리듬체조 손연재(18·세종고·사진)가 불운에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을 위한 액땜이라고 위안 삼았다. 손연재는 20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유니버설 스포츠 팰리스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월드컵 리본 종목 결선에서 리본이 끊어져 0점 처리됐다. 손연재의 리본 연기는 한국 전통의 부채를 형상화한 모양으로 시작한다. 연기 시작 전 양쪽 발로 리본을 밟고 두 손을 펼쳐 리본을 잡아 부채꼴 모양을 만들었다. 이어 음악이 나오고 연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리본이 끊어졌다. 매트 밖에서 코치가 다른 선수의 리본을 손연재에게 재빨리 던졌고 손연재는 그 리본으로 연기를 마쳤다. 관중은 리본이 끊어져 당황해 하던 손연재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 힘을 실어줬다. 경기가 재개되고, 마치는 순간에도 환호성은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모습은 관중에겐 합격점을 받았지만 심판진엔 그렇지 못했다. 다른 선수의 리본으로 연기했기 때문에 규정상 0점 처리됐다. 손연재의 에이전트인 IB스포츠 문대훈씨는 “갑자기 리본이 끊어졌지만 연기를 잘 마무리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액땜’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리본 외에 전 종목 결선에 진출한 손연재는 볼 6위(28.000점), 후프 8위(27.650점), 곤봉 7위(27.700)를 차지했다. 손연재는 예선에서 곤봉(28.350점), 후프(28.050), 볼(28.250), 리본(28.250) 등 전 종목에서 28점대를 달성했다. 종목당 30점 만점인 리듬체조에서 28점대는 상위권 보증 수표와 같다. 개인종합 112.900점으로 전체 5위를 올랐고, 지난달 러시아 펜자 월드컵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점(112.200)을 경신했다.

 ‘동양인’ 손연재는 이제 세계 리듬체조계에서 ‘핫 아이콘’이다. 연기력뿐 아니라 기술 향상도 눈부시다. 이번 대회 심판으로 참가한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강화위원장은 “수구 숙련도(공·후프·리본·곤봉을 다루는 능력)가 상당히 높아져 다른 국가 심판들도 놀라워하고 있다 ” 라고 전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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