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로포비치 카라얀과 첫 만남

중앙일보

입력

"이토록 훌륭한 첼로 협주곡을 작곡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미처 몰랐을까□ 내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오래 전에 작곡했을 텐데!"

첼로협주곡이라곤 단 한 곡도 남기지 않은 브람스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를 듣고 이렇게 외쳤다.

와병 중인 브람스를 위해 요아힘 4중주단의 첼리스트가 피아노 반주로 이 곡을 들려준 것이다.

'프라하 음악원 동창생 첼리스트가 끈질기게 부탁했음에도 첼로 협주곡 작곡을 미뤄오던 '드보르자크가 이 작품에 착수한 것은 뉴욕에서 빅터 허버트의 첼로협주곡 제2번을 듣고나서였다.
'
이 곡은 1896년 3월 작곡자가 지휘하는 런던필하모닉과 레오 스턴의 첼로 협연으로 초연됐다.

' 1895년 뉴욕에서 작곡된 이 첼로협주곡은 낭만적인 서정으로 승화된 민족 정서가 듣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69년 베를린필이 녹음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예수그리스도교회에서 이뤄진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지휘자 카라얀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냉전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진지한 음악적 대화로 이어졌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다소 느린 템포로 첼로 주제의 음악적 뉘앙스를 충분히 살리면서 음표 하나 하나에 담긴 열정과 따뜻함을 다채로운 표정으로 담아낸다.

쉽게 흥분하지 않고 내면으로 파고드는 음악적 깊이가 현의 울림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3악장에서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마치 줄타기를 하듯 보여주는 놀라운 균형감각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69년 LP로 출반된 후 독일.일본.프랑스에서 각종 음반상을 석권했고 95년 DG 오리지널 시리즈의 CD로 나온 후에도 '펭귄 가이드' 로부터 영예의 장미꽃 마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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