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앙숙 소렌스탐의 선생님에게 SOS

중앙일보

입력

최근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여자 프로 골프 스타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가 앙숙인 안니카 소렌스탐의 선생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미국 언론은 미셸 위가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한 후 피아 닐슨에게 퍼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17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닐슨은 스웨덴 출신으로 비전 54 프로그램을 만든 멘탈 코치다. 매홀 버디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스코어인 54타를 목표로, 자신감을 강조하는 코칭 프로그램이다. 청야니를 비롯, 최나연, 미야자토 아이 등이 닐슨에게 배우고 있다.

미셸 위의 스윙은 이전처럼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맡는다. 닐슨은 퍼트만 전담하게 된다. 레드베터는 "미셸 위의 부진은 정신적인 면이 크다"면서 비전 54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에 찬성했다. 닐슨도 "우리는 스윙 코치가 있는 선수들과 같이 일하는 것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미셸 위는 퍼트가 아주 좋지 않다. 평균 퍼트수가 1.98타로 142명 중 132위다. 가까이 붙여 놓고도 3퍼트를 하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퍼트에 부담을 느껴 샷도 무너지고 있는 인상이다. 롱게임도 나빠지고 있다. 특히 드라이브샷 정확도(45.2%)는 141위로 최하위권이다.

미셸 위가 닐슨을 찾아간 것은 의외다. 닐슨은 전 골프 여제 소렌스탐과 워낙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소렌스탐은 어릴 때부터 닐슨에게 골프를 배웠고 골프 여제로 군림하던 전성기에는 모자 챙에 54라는 숫자를 쓰고 다녔다.

반면 미셸 위와 소렌스탐은 악연이 있다. 2007년 소렌스탐이 주최한 긴 트리뷰트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미셸 위는 16번 홀을 마친 후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이때까지 미셸 위는 14오버파를 기록했다. 88타 룰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88타 룰’이란 ‘LPGA투어 비회원이 한 라운드에 88타 이상을 기록하면 잔여 시즌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는 규정이다.

미셸 위는 부상 때문에 기권했다고 해명했지만 곧바로 다음 대회(맥도널드 챔피언십)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한 뒤 연습 라운드에 나섰다. 격분한 소렌스탐은 “투어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고, 미셸 위는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소렌스탐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올 시즌 들어 미셸 위는 급박한 상황이다. 최근 3경기 연속 컷 탈락했다. 올해 언더파를 친 라운드는 단 한 번 뿐이다. 평균 75.6타 등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훨씬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반대로 가고 있는 형편이다. 퍼트가 잘 안 돼 롱퍼트를 쓰기도 하고 퍼트와 그립을 바꾸기도 했다. 선생님도 자주 바꿨다. 데이브 스탁튼, 데이브 펠츠 등 유명한 교습가에게 사사했다. 그러나 아직 퍼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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